[Prime TOWN]‘EARLY BIRD’ 6년, 영어를 잡다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나홀로 English’… 학원-과외 안하고 국제중 입학

어휘 독해 등 분야별로 미국교과서 공부… 영어책 1500권 이상 돌파… 실력 늘면서 작문에 도전, 에세이도 척척

《“당연히 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줄 알았어요. 깨어보면 엄마, 아빠도 늘 일어나 계셨으니까요.”(송태오 군·14·청심국제중 1학년)

“하루나 이틀, 한두 달 할 거면 시작도 안했을거예요. 엄마가 아이와 약속한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가장 나쁜 교육이죠.”(어머니 박은정 씨)

7년 전,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영어를 공부하기로 한 것. 둘은 7년 동안 변함없이 그 약속을 지켰다.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던 송 군의 영어실력은 하루하루 향상됐다. 지난해 10월 영어로 에세이를 쓰고, 영어면접, 영어 토론을 모두 치른 송 군은 국제중 합격 통보를 받았다. 모자(母子)가 말하는 비결은 ‘아침공부’였다.》

○ 일찍 일어나는 새(early bird), 학원도 과외도 안 부럽다!

‘Prime TOWN’ 기사목록

▶ ‘EARLY BIRD’ 6년, 영어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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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성취가 큰 동기 낳는다

▶ 수학올림피아드 정복 <1>

▶ ‘철새’ 엄마가 아이 공부 망쳐요

▶ 상위권 수리, 중위권 외국어-탐구에서 운명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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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나이 관리하면 당신도 ‘꽃보다 남자’

▶ “이젠 연주도 외모도 자신 있어요”

▶ 혈액이 건강해야 봄도 향기롭다

“오후에는 가족 모임, 친구 생일파티 등 예기치 못한 일정이 생겨 시간을 지켜 공부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딱 두 시간만 집중해 보자고 결심했죠.”(어머니)

송 군은 여섯 살 때 미국 할머니 댁에 1년 정도 머물렀다. 돌아와 며칠 동안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보충학습이 필요했던 찰나 어머니 박 씨에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아침공부였다.

8세 어린이가 이른 아침에 일어나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 씨는 아침공부를 성실히 하는 아들에게 ‘당근’을 선물했다.

“태오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학원 갈 때 태오에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지요. 고학년 때는 컴퓨터 게임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동기 부여를 했어요.”(어머니)

어머니의 ‘보상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언제부턴가 송 군은 친구들에게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자랑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소득은 성실함과 자신감이었다.

“1년이 지나니 슬슬 지치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2학년 때 담임이던 김익 선생님께서 특이한 방식으로 숙제를 내주셨어요. 오전 6시에 숙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고 30분 후에 지우셨기 때문에 그 시간에 일어나 숙제를 확인해야했어요. 자연스럽게 아침공부가 이어졌죠.”(어머니)

○ 학습효과 높이는 ‘15분 법칙’

“처음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밖에 안됐어요. 짧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저에게 맞았어요.”(송 군)

박 씨는 영어를 파닉스와 스펠링, 독해, 어휘, 문법, 과학, 사회 등으로 세분화시켜 분야별로 미국 교과서를 준비했다. 저학년 때는 파닉스와 스펠링 위주로, 고학년 때는 과학과 사회, 문법을 공부했다. 어휘, 독해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교과서 왼쪽 페이지의 지문을 읽고 오른쪽에 있는 문제를 풀었다. 모르는 단어는 단어카드에 정리했다. 앞면에는 단어를, 뒷면에는 단어의 뜻이나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을 영어로 적었다. 이 과정이 15분을 넘지 않게 했다. 같은 방식으로 네 과목을 끝내면 정확히 1시간이 흘렀다.

“두 페이지를 푸는 데 15분이 넘게 걸린다면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교재라는 뜻이에요. 더 쉬운 교재로 바꿔줘야 해요.”(어머니)

세 달이면 교재 한 권이 마무리됐다. 이렇게 맥그로 힐(McGraw Hill), 스텍 본(Steck Vaughn), 컴패스(Compass) 등 출판사별 미국교과서를 골고루 공부했다.

나머지 시간엔 영어책을 읽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정복하려면 그 언어로 된 책 1500권을 읽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5학년 때까지 영어책 1500권 정도를 읽은 것 같아요.”(송 군)

저학년 때는 스토리북 위주로 읽었다. 고학년 때는 영어토론에 대비해 위인전이나 과학, 미술, 역사 분야 책을 선택해 읽었다. 단어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쉬는시간 틈틈이 공부했다. 단어는 5학년 때까지 정리했는데 모두 1500장이 넘었다.

○ ‘세 줄’에서 ‘세 장’되는 에세이 쓰기

아침 공부의 커리큘럼은 고학년이 되자 조금 달라졌다. ‘쓰기’를 추가했다. 파닉스와 독해로 기본을 탄탄하게 다졌지만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송 군도 처음엔 영어로 3, 4줄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아는 단어인데도 머릿속에서 꺼내 문장으로 쓰는 것이 어려웠다. 문법이 완전히 틀린 문장도 있었다. 박 씨는 매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짧은 글을 쓰도록 지도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지도하는 미국인 강사에게 첨삭지도를 맡겼다. 틀린 부분을 고쳐서 완성된 작문은 스크랩북으로 만들었다.

“무조건 영어로 일기를 쓰게 하거나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죠. 하지만 좋은 문장,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에 연속성이 있는지, 주제나 의미, 결론은 무엇인지 염두에 두어야 해요.”(어머니)

송 군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처음 썼던 에세이부터 국제중을 준비하며 쓴 에세이까지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 세 줄에서 세 장으로 늘어난 ‘에세이 변천사’를 보는 뿌듯함은 ‘덤’.

○ ‘도널드 덕’과 놀며 말하기 실력 쑥쑥

“영어면접에선 ‘캐나다에서 온 친구에게 지금 다니는 학교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건물은 핑크색이고 에어컨이 있는데 자주 틀지 않는다. 좋은 친구들이 많다’고 답했어요.”(송 군)

영어면접도 결국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단어, 복잡한 문법이 아닌 간단한 표현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말하기와 듣기는 ‘만화’로 해결했다.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영어만화를 방과 후에 두 편씩 보는 것으로 ‘놀이’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자기 전엔 영어테이프를 듣고 따라서 말했다.

어머니 박 씨는 ‘공인영어성적이 영어실력을 100%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소신으로 토플(TOFEL), 토익(TOEIC) 등을 보지 않게 했다. 국제중 입학을 위해 6학년 때 본 토셀(TOSEL) Intermediate(중고등 수준·청심국제중 입학 기준은 Intermediate 3급이다) 3급이 전부.

“학원도 잠깐 다녀봤는데 사실 힘들고 재미가 없었어요. 꾸준히 아침에 공부해서 교과서 한 권을 끝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송 군의 말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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