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젠 연주도 외모도 자신 있어요”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어느 비올리스트의 당당한 고백, “이젠 연주도 외모도 자신 있어요.”

크고 각진 아래턱, 튀어나온 광대뼈, 평평한 콧등… 평면얼굴에서 입체얼굴로 ‘페이스오프’

케이블 채널 올리브 TV에서 방영되는 ‘올리브 쇼-메이크 오버 스페셜 She’는 사람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지난달 18일 방송에 나온 서진아 씨(31·여)의 직업은 비올리스트. 현재 ‘아이신포니에타’ 소속 현악 앙상블에서 연주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그녀의 콤플렉스는 ‘사각 턱’이었다. 말 그대로 네모난 턱. 비올라를 턱에 괴고 연주하는 서 씨에게 사각 턱은 남모를 고통이었다.

언니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동생이 올리브 쇼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서 씨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몰라보게 갸름해진 턱 선과 밝은 표정을 갖게 됐다.

서 씨를 수술한 안면윤곽전문 프로필 성형외과의 정지혁 원장은 “진아 씨는 턱의 옆 선이 마치 모서리처럼 튀어나와 악기에 턱을 밀착시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 쇼에서 ‘국내 최고의 양악수술 전문의’로 소개될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정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의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아물 틈 없는 턱의 상처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연주자가 악기를 어깨에 걸치고 턱 옆 부위를 살짝 대고 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에게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직업병이 있다. 바로 악기와 맞닿는 턱의 상처다.

서 씨는 그 상처가 유독 심했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자라고 각이 진 아래턱이 연주할 때마다 악기와 맞닿아 곪고 아물기를 반복했다. 그 부위만 피부가 죽어 갈색으로 변했을 정도다.

사각 턱으로 인한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연주 자세도 점점 나빠졌다. 고개를 악기 쪽으로 기울여야 하는데 각진 턱 때문에 기울이지를 못해 턱을 악기 반대 방향으로 뺄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나쁜 자세가 굳어졌다. 자세가 나빠지면서 사진도 안 찍게 됐다. 남들처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연주회를 하면서 드레스를 많이 입었지만 올림머리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머리를 올리면 턱이 더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 대신 튀어나와 각이 진 아래턱을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 일자 눈썹만 있나? 일자 턱 선도 있다

서 씨는 사각 턱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아래턱이 과도하게 발달해 각이 져 있는데다 얼굴 아래쪽 폭이 중앙보다 더 넓어 얼굴형이 오각형으로 보였던 것. 턱이 과도하게 자란 나머지 45도 정도로 기울어야 할 턱뼈가 거의 수평으로 누워 있는 일자였다. 기울기가 거의 없으니 측면과 정면 모두에서 사각 턱이 보기 싫게 드러났다.

문제는 사각 턱만이 아니었다. 사각 턱 때문에 상대적으로 티가 나지 않았지만 광대뼈도 정상보다 크게 자라 있었다. 광대뼈가 발달하고 콧등도 낮아 얼굴이 전체적으로 평평해보였다. 입체감을 띠고 굴곡이 있어야 할 얼굴이 평면적으로만 보이니 더 넓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결국 사각 턱과 함께 광대뼈, 콧등 수술을 받았다. 사각 턱은 기울기와 크기를 고려해 지나치게 자란 뼈를 잘랐다. 뼈의 두께를 얇게 해 폭도 좁아 보이게 만들었다. 턱 끝에는 보형물을 삽입해 턱 선이 더 사선으로 떨어지게 했다. 광대뼈는 밖으로 튀어나온 뼈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콧등에는 턱 끝처럼 보형물을 넣어 위로 올려줬다.

정 원장은 “세 곳을 동시에 수술해야 해 쉽지 않았다”면서 “갸름하고 입체적인 얼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 “거울만 보면 흐뭇해요”

“매일 거울만 보고 싶죠. 내 얼굴이 맞나 싶어 꼬집어보기도 하고 좀 더 어릴 때 하지 못했던 게 후회스러워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방송 당일, 서 씨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계속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졌다. 표정을 일일이 확인하는 그녀의 얼굴이 마치 혼자서만 이른 봄을 만난 것처럼 행복해 보였다.

서 씨는 “수술 후 연주할 때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모서리 같은 턱이 없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악기에 댈 수 있게 됐다. 요즘은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연습 때마다 신경을 많이 쓴다.

“이젠 더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웃는 서 씨의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그녀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해진 것은 비단 성형수술 때문만이 아니다. 언니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픈 동생의 따스한 마음, 그녀를 걱정 속에서 지켜 본 많은 이의 바람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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