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횡성우시장, 소값 더 내리기 전에…

  • 입력 2009년 1월 24일 15시 46분


우(牛)시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우(牛)시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소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소시장의 하나인 강원도 횡성 우시장. 횡성읍에서 국도 42호선 구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횡성우시장이 나온다.

당초 강원도에는 각 군별로 우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둘씩 줄어들어 춘천, 홍천, 삼척, 횡성우시장 이렇게 4군데만 남아있다. 횡성우시장은 처음엔 횡성읍에 있었지만 1984년 조곡리로 옮겨온 뒤 25년째 횡성한우의 주거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두 시간 동안 열리는 횡성 우시장은 매월 6차례 개장된다. 예전에는 횡성우시장하면 서울의 사대문밖 시장 중 제일 큰 우시장으로 불렸다. 영동지역과 인근 원주를 중심으로 영서 지역, 충북, 경기도 등에서 소장수들이 거래하기 위해 몰려온 대표적 명소였다. 장외 거래가 불법화 되었던 10여년 전만 해도 하루 800두 정도는 거뜬히 거래되었지만 요즘은 농장끼리의 직거래가 활성화 되어 거래 규모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이 곳에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인근 충주, 제천 등지의 충청도는 물론이고 경기도에서도 소장수들이 소를 몰고 찾아온다. 하지만 지금은 소들의 울음소리가 축산 농민의 시름처럼 처량하게 들린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1일 열린 횡성우시장에 나온 소는 모두 110두. 이 중 52두가 거래되었다. 이 날 열린 우시장에서의 4~5개월 암송아지 평균가격은 135만원. 지난해 1월 26일 비슷한 연령대의 암송아지 평균 199만원에 비하면 64만원 떨어졌다. 최고가 기준으로 보면 225만원에서 144만원으로 81만원 하락했다.

암송아지의 최고가격은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26일 148만원에 이어 계속 하락세다.

이러다 보니 소를 팔고도 기뻐하는 농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송아지 문제뿐만이 아니다. 큰 소도 많이 하락했다.

한우협회 김영원 차장은 “한미 FTA 비준 처리 문제로 농가들 심리의 불안함이 그대로 우시장에 반영되었고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고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김 씨는 “농가들이 수입쇠고기로 인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소 사육수도 줄이고 빨리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초반까지 600만원하던 소가 지금은 평균 380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로부터 얻을 정부의 이득을 농가로 돌려야하는 방안을 세워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사료값까지 올라 농민들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07년 1월 1일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사료값이 2008년도에는 2배 가까이 올라 농민들의 부담이 4배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부권 최대 규모의 횡성 우시장.농민들의 가슴은 추운 날씨만큼 꽁꽁 얼었다. 봄햇살에 추위가 풀리듯 따뜻한 날이 오기를 농민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