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만은 않은 豊漁<풍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온난화 영향 찬물-더운물 안섞여… 난-한류어종 동시에 어획량 증가

《최근 국내 최대 생선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대구와 청어의 위탁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대구는 지난해 91만4571kg이나 팔려 2006년 14만200kg, 2007년 25만504kg보다 크게 늘었다. 청어 판매량은 2006년 61만5087kg, 2007년 269만9544kg, 2008년 1213만4350kg으로 급증 추세다. 대구와 청어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으로 그동안 동해에서만 주로 잡혀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주로 고등어 전갱이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위탁 판매됐으나 몇 년 전부터 한류성 어종인 대구와 청어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 희한한 풍어

국내 연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고등어와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주류이다. 1980년 이후 국내 전체 수확량의 60% 이상을 이 세 가지 어종이 차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국내 어획량 통계에 따르면 1970, 80년대 멸치와 고등어의 연간 수확량은 각각 10만∼20만 t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청어와 대구의 수확량은 1만 t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4, 5년 전부터 더운물에 사는 물고기와 찬물에 사는 물고기가 동시에 많이 잡히는 특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꾸준히 느는 동시에 동해뿐 아니라 남해에서도 대구 청어 등 한류성 어종이 대풍을 이루고 있는 것.

청어는 2003년 국내 수확량이 3571t에 불과했으나 2007년 2만8280t으로 급증했다. 대구도 같은 기간 1826t에서 7533t으로 약 4배로 늘었다.

○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 양극화

난류성 어종과 한류성 어종이 같은 해역에서 공존하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표층(수심 30m까지)은 더 따뜻하게, 저층(50m 이상)은 더 차갑게 변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더 낮은 깊은 바다에는 한류성 어족이 더 모이고 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다 표면부에는 난류성 어종이 더 출몰하기 마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2006년 한반도 주변 평균수온을 조사한 결과, 표층 수온은 0.93도 오른 반면 수심 50m의 저층 수온은 0.11도, 수심 100m의 저층 수온은 0.43도나 낮아졌다.

지구 온난화로 동해의 표층부 수온은 높아졌으나 한랭성 시베리아 기단은 오히려 약화됐다. 시베리아 기단은 바다에서 한류와 난류를 섞는 구실을 해왔다.

찬물과 더운물이 제대로 섞이지 않자 난류와 한류의 세력이 각기 발달하면서 상층은 더 따뜻해지고 저층의 수온은 내려가고 있다. 우리 연근해만의 특이한 수온 양극화 현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해 저층의 차가운 바닷물은 남해안으로 이동한다. 동해안이 온난화로 바다 상층부의 더운물 세력이 강해지면서 압력을 받은 바다 하층부의 찬물이 대한해협을 타고 남해안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 남해에 출몰한 청어, 대구

이 같은 수온 변화로 동해에서만 잡히던 청어가 남해안의 중간인 전남 여수시 서안해역까지도 진출하고 있다. 산란 시기도 바닷물이 가장 차가운 2, 3월에서 12월로 앞당겨지는 등 특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경우 겨울을 나기 위해 제주도 남쪽 먼 바다까지 내려가는 시기가 12월 초에서 보름 정도 늦춰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정년 박사는 “남해안에서 대구가 잡힌 게 4, 5년, 청어는 2, 3년 정도 됐다”며 “바다 표층에서는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열대성 어종도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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