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자립 배우는 美 기숙사 생활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7시 56분


흔히 미국 학생들은 자립심이 강하다는 말들을 한다.

미국 학생들의 자립심은 어려서부터의 구조도 많이 작용하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기숙사 생활에서 자립심이 시작된다. 18살 혹은 19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자연히 자립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자립이 경제적인 자립마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외적인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심이다.

어차피 학비는 부모로부터 타서 내야 한다. 따라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을 떠나는 게 매우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구직이 어려워 성인이 돼도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는 젊은이들도 꽤 있다.

미국의 대학은 기숙사 시설이 잘 돼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 1년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필수다. 돈 많은 학생들이야 통제받는 기숙사에서 생활하지 않고 좋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 수가 많은 주립대학일 경우에는 기숙사가 모자라 ‘복불복’추첨을 하는 곳도 많다. 추첨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비용이 더 드는 대학 인근 아파트에 거주해야 된다.

사실 대학교 1학년생이면 집에서 부모가 모두 챙겨주는 나이다. 완전히 성인이 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모와 떨어져 있으면 자연히 스스로 챙겨야 하는 자립심과 독립심이 생긴다. 게다가 기숙사는 하지 말아야 하는 통제가 있다. 모든 게 게시판 내용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몰랐는데요…”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워낙 나라가 커서 부모가 대학 기숙사를 찾아가는 것도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다. 서부에 거주하는 부모가 자녀를 동부 대학에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비행기로 5시간 여행을 하고,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야 갈 수 있다.

마치 군대에 보낸 자식을 면회 가서 보는 기분이다. 자녀 역시 집에 올 수 있는 기간도 여름방학, 추수감사절 연휴, 겨울방학 등이다. 여름방학 정도나 가족들과 오래 집에 머무를 수 있고, 추수감사절, 겨울방학 등에는 학업에 매달려 가정 방문도 어렵다. 유학생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같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닌다면 상황은 다르다.

미국 대학의 기숙사는 여름방학에 모두 짐을 빼고 나와야 한다. 대학들은 이 기간에 학생들의 기숙사 시설물을 학회라든지 여름캠프 등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미국의 스포츠 베테랑 선수들이 기량이 노쇠하지 않았는데도 가끔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은퇴한다”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 더 좋은 감독직이나 코치 제의가 와도 “가족과 있고 싶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가족들 가운데는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기 전의 자녀들이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 그 때부터는 자녀들을 자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즉 자녀들과 가까이 있고, 아버지로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기간은 대학 입학 전이다.

미국의 완전 성인은 21살이다. 그러나 흡연은 20살, 음주는 21살이 돼야 가능하다. 흥미로운 게 흡연 나이와 음주 나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음주는 술에 취해서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령이 높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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