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 합격 김혜원 양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졸업 후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외국어고 국제반(영어과)은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 등 해외 체류 경험이 없는 학생에겐 오르기 힘든 산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종파 학생’은 외고 국제반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겁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입학 경쟁률이 11 대 1이었던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용인외고)국제반 일반전형 합격자도 대부분 해외에서 영어를 배운 학생이다. 올해 2월 첫 졸업생 전원이 아이비리그 등 해외 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용인외고 국제반의 경쟁률은 치솟았다. 김혜원(경기 성남시 양영중 3학년) 양은 해외파 학생과 경쟁을 벌여 당당히 합격했다. 어떻게 공부한 것일까.》

b>조기유학도 어학연수도 캠프경험도 NO!…

‘겁 없는’ 토종 English, 외고 국제반을 뚫다

“초등 4년부터 영어원서에 푹∼ 뮤지컬-팝송으로 귀 틔웠죠”

○ 영어 책 읽기의 생활화

김 양은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 경험이 전무하다. 국내나 해외의 영어캠프조차 가본 적이 없는 순수 토종이다. 그녀의 어머니 정영선(42·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아 내심 불안했다”면서 “영어는 단기간 ‘바짝’ 한다고 끝나는 공부가 아니어서 올바른 공부습관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딸이 영어 책을 많이 접할 수 있게끔 했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부터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영어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포터’와 같은 책은 하도 여러 번 읽어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늘면서 ‘테스’ 같은 고전은 물론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 대본까지 섭렵할 수 있게 됐다. 6학년 때부터는 집 근처 어학원에 등록해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들으며 말하기와 쓰기 연습도 꾸준히 했다.

김 양은 “원서를 읽으면서 영어 문장구조에 익숙해져 나중에 문법이나 회화 공부를 할 때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영어 뮤지컬, 팝송 들으며 듣기 실력 길러

김 양은 영어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 원어민 뺨치는 회화실력이나 발음은 김 양을 위축시켰다. 열심히 공부한 것 같지도 않은데 iBT토플 점수가 높게 나오는 친구를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공부했으니 문법만큼은 강하지 않으냐고 하시는데 외국생활을 한 친구들이 문법마저 잘하니까 속이 많이 상했어요. 영어캠프라도 다녀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김 양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캣츠’를 본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미스 사이공’, ‘에비타’ 등 영어 뮤지컬 공연을 열심히 보러 다녔다. 표를 구할 수 없으면 공연실황을 담은 DVD라도 봐야 직성이 풀렸다.

공연실황이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저장해 놓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꽉 차서 추가로 외장 하드디스크를 구입했을 정도였다. MP3플레이어도 팝송이나 뮤지컬 음악을 가득 채워 놓고 들으면서 가사를 입에 달고 다녔다. 국내 유명 외고에서 추천한 원어 도서목록을 찾아서 틈틈이 읽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처럼 영어 밀착형 생활을 유지하자 영어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 씨는 “중1 말부터 중2 초 사이에 혜원이의 영어실력이 ‘계단 오르듯’ 향상되는 것이 느껴졌다”며 “다른 과목의 내신 성적도 함께 오르면서 ‘외고에 한 번 도전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내신 불리 딛고 영어에 승부 걸어 ‘합격’

용인외고 일반전형은 중학교 내신(30%), 학업적성검사(66%) 및 인성면접(4%) 점수를 합산해(300점 만점)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업적성검사에 배정된 점수(200점 만점)의 75%를 차지하는 영어듣기(80점)와 영어독해(70점)에서 해외파 학생보다는 불리하기에 중학교 내신 성적이 좋아야 했다. 하지만 영어 뮤지컬에 빠져 사느라 중학교 내신의 30%를 차지하는 3학년 1학기 성적이 상위 15% 선까지 떨어지면서 교과성적 점수에서 감점을 받았다.

‘배수진’을 친 김 양은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영어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중3 때부터 다닌 특목고 학원에서 기출문제 중심의 대학수학능력시험형 영어 문제풀이를 하면서 토플형, 텝스형, FLEX형 등 출제 가능성이 있는 유형의 문제를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학습으로 실전능력을 키웠다. 영어 듣기평가 연습을 할 때는 실전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려고 거실에 TV를 틀어 놓고 자기 방에서 듣기 모의시험을 보기도 했다.

김 양은 자신의 노력을 합격으로 보상받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요즘엔 입학할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외국 체류 경험이 많은 국제반 친구 사이에서 제 회화 실력은 바닥 수준일 거예요. 그런 친구들이랑 경쟁하려면 이번 방학에 영어 시트콤도 많이 보고, 섀도잉(Shadowing·영어 문장을 들으며 따라서 말해보기) 연습도 많이 해야겠죠.”

외국 대학에서 공부해 뮤지컬 연출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양의 말이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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