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200만원 오른 등록금… “대출받기도 겁나요”

  • 입력 2008년 11월 18일 23시 34분


고3 수험생 딸을 둔 이의창(52·경기 수원시) 씨의 최대 걱정은 딸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아니다.

부인과 함께 하는 화장품가게 임대료도 버거운 마당에 딸의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이 씨는 "딸이 의대에 가고 싶다는데 거기 등록금이 젤 비싸다지 않느냐"며 "공부 잘하는 자식도 밀어주지 못하는 심정이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대학들은 다음 해 등록금 인상률을 저울질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못잖은 불황이라지만 올해도 10%에 육박하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학들의 생각이다.

▽한계를 넘었다=신학기마다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들의 갈등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열악한 고등 교육 재정을 탓하는 대학과 대학의 재정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교육 당국 사이에서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계를 넘어선 등록금에 짓눌리고 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김 모(19) 양은 4년 치 등록금을 낼 자신이 없어 올해 전문대 조리학과에 입학했다.

주중에는 학교 도서관을 정리하면서 매달 35~45만 원의 근로장학금을 받고, 주말에는 예식장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김 양에게 학기 당 330만 원의 등록금은 버겁기만 하다.

취업에 필요한 실습비, 연수비 등을 보태기 위해 디스크에 시달리는 할머니까지 폐지를 줍고 있다.

대학 등록금은 2003년(4년제 사립대 기준 545만 원) 이후 5년 만에 2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대학들은 매년 물가 인상률의 두 세 배 씩 등록금을 올리고 있지만 장학금 등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체감하기 어렵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사립대들의 전체 재정 규모(교비회계 기준)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5.7%나 된다. 하지만 사립대들이 내놓은 장학금은 등록금 수입의 1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대학들의 적립금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전년 대비 12%포인트나 늘어난 7조 3000억 원에 달했다.

▽해법은 어디에=올해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한 김민철(19) 군은 합격 통지를 받던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첫 날은 기뻐서 우느라 잠을 못 잤어요. 그런데 다음날부터는 등록금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더군요."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군 아버지가 며칠 밤 지인들을 찾아다닌 끝에 간신히 돈을 빌려 입학했지만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은 계속 김 군을 괴롭혔다.

뒤늦게 학교 게시판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국가장학금을 알게 된 김 군은 서둘러 장학금을 신청했고 며칠 뒤 빌린 돈을 갚았다.

그는 "예전엔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오히려 공부도 안됐는데 국가장학금을 받은 뒤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그나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어 행복한 경우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지 않은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아무리 아르바이트에 매달려도 대출을 피할 길이 없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 준다지만 연간 1000만 원을 넘어선 대학 등록금을 4년 내내 빌린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대학이 주는 성적우수장학금은 대부분 학점이 최상위권인 소수에게만 주어지므로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정부가 획기적인 장학 혜택을 내놓지 않는 한 등록금으로 인한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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