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어교사 시험의 굴레에 갇혀”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한국의 영어교사는 우수하지만 시험의 굴레에 갇혀 제대로 못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 영어교육 전문가인 데이비드 마시(50·사진) 핀란드 이위바스퀼라대 교수는 한국의 영어교육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시 교수는 핀란드 공교육 체제를 바탕으로 현재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영어교육 정책을 조언하고 있다.

마시 교수는 “한국은 영어시험 제도만 획기적으로 개선해도 영어교육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단순히 정확성을 측정하는 시험 때문에 교사들이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릴 때일수록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만큼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며 “핀란드에서는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면서 저절로 영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핀란드 영어 공교육의 핵심은 해당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방식(CLIL·Content and Language Integrated Learning·크릴)’이며 영어 몰입교육도 포함돼 있다. 현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도 크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국제중도 이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6, 7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마시 교수는 “원어민 교사보다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교사가 영어를 가르쳐야 학생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원어민 교사의 효과는 교육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질 높은 공교육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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