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규제에 ‘감전’된 전력 공급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발전소 짓는데 7년반… 송전선로 건설엔 9년

11개부처 거치고 지자체와도 협의 ‘첩첩산중’

당진~온양 송전탑 사업 5년째 장소도 못정해

국내 발전(發電)회사가 가장 많이 짓는 500MW급 석탄발전소 건설 기간은 평균 7년 6개월이다. 반면 여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이나 산업현장에 보내는 데 필요한 송전탑과 송전선 등 송전선로(線路) 건설에는 9년 이상이 걸린다.

송전선로는 구조가 단순해 건설 기간이 짧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건설 과정에서는 ‘규제의 전봇대’에 막혀 발전소보다 1년 반 이상 더 걸리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전기 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의 동맥’인 송전선이 없어 제때 전기를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력설비 건설에 관한 규제 때문에 송전탑과 송전선을 설치하는 데 최소 110개월, 즉 9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 승인을 받기까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 11개 중앙부처(외청 포함)와 각각 협의하고 지방자치단체와도 사전 협의를 마쳐야 하는 등 관련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단계별로는 △입지 선정 및 지자체 사전 협의 14개월 △환경영향평가 30개월 △사업 승인 18개월 △용지확보와 설계 및 계약 24개월 △착공 및 준공 24개월 등이다.

반면 발전소 건설기간은 500MW급 석탄발전소가 90개월(7년 6개월), 민원이 가장 많은 1000MW급 원자력발전소가 104개월(8년 8개월)로 송전선로보다 짧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이 없으면 수조 원을 들인 원전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 서북부의 전력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2003년 11월부터 추진 중인 충남 당진∼온양 송전선로 사업은 송전탑 설치 장소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행정기관의 견해차로 5년째 입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송전설비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지역 개발이 저해될 것을 우려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집단 민원도 건설 지연의 한 원인이다.

한전은 2015년까지 송전선로 6313km(총연장 기준)와 변전소 195개를 추가로 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 시설의 각각 21%, 29%에 해당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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