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함평 장수노인들의 비결은…

  • 입력 2008년 10월 6일 05시 43분


100세 이상 10만명당 27.7명… 전국평균의 13배

호남의 고을 이름을 두루 노래한 남도창(南道唱) ‘호남가’의 첫머리는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한다. 함평이 모두가 부족함 없이 어울려 화평하게 살아가는 곳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함평엔 장수 노인이 많다.

지난해 원광대 보건대학원은 전국 자치단체에서 100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은 곳이 함평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00세 이상 인구를 인구 10만 명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함평은 27.7명으로 전국 평균(2.1명)에 비해 13배나 높다.

○ “70세 아래는 노인에 못 껴”

함평군 나산면 안영마을. 함평에서 3번째로 높은 천주봉(해발 377m) 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앞에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이다. 마을에는 31가구 65명이 사는데 70세 이상 노인이 54명이나 된다.

김경수(85) 할아버지는 “여기선 칠십 아래는 노인 축에도 못 낀다. 마을회관 청소를 맡을 군번”이라며 웃었다.

마을회관에 모인 노인들에게 장수비결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마늘과 콩을 즐겨 먹는 식습관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철(48) 이장은 “손수 기른 채소 반찬에 소식을 하기 때문에 뚱뚱한 분이 한 사람도 없다”며 “마을에서 육십은 청년, 칠십은 장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수지표를 조사한 김종인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교수는 “콩과 마늘을 많이 재배하는 곳에 100세 이상 인구가 많았다”며 “함평은 재배작물, 수질과 대기환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장수와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말했다.

○ 바느질하는 101세 할머니

마을 최장수 노인은 올해 101세인 정일례 할머니. 마당에서 고구마 순을 다듬던 정 할머니는 “예쁘지도 않은 할매한테 무슨 볼 일이 있어 왔느냐”며 농담을 건넸다.

며느리 박옥례(68) 씨가 내온 정 할머니의 점심상은 소박했다. 상에 오른 반찬은 콩자반, 감자조림, 마늘장아찌, 깻잎절임, 게장, 물김치, 고구마순 된장무침 등 7가지.

며느리 박 씨는 “아직까지 틀니를 하지 않을 정도로 치아가 좋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드신다”며 “고령이지만 수년째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정 할머니는 아직도 바늘귀를 꿰어 해진 버선을 기울 정도로 눈이 밝고 TV를 즐겨봐 드라마 내용도 줄줄 왼다.

박 씨는 “시어머니께서 ‘누워 있으면 귀가 먹는다’고 한시도 몸을 놔두지 않는다. 화내지 않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낙천적인 성격도 오래 사시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정 이미지로 장수 마케팅

함평은 ‘나비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지역 특성을 살려 10년 전부터 개최하고 있는 나비축제가 대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함평군은 이런 청정 이미지를 살려 ‘장수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국실버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하고 보건소에서 ‘행복충전 건강대학’ ‘나비사랑 봉사대’ 등 장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을 문화해설사로 위촉하고 축제 때 청소, 안내 도우미를 맡기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도 열성이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함평에는 공장이 없어 물과 공기가 깨끗하고 황금박쥐가 살 정도로 청정하다”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를 겨냥해 노인전문병원, 은퇴자마을 등 실버산업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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