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창덕궁 ‘취병’ 100년만에 복원한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살아있는 울타리’ 취병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후원유연’. 원본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이 그림은 ‘후원유연’을 모사한 작품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살아있는 울타리’ 취병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후원유연’. 원본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이 그림은 ‘후원유연’을 모사한 작품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살아있는 나무로 만드는 친환경 울타리

사라진 한국 전통미(美)인 ‘살아 있는 명품 담’ 창덕궁 취병(翠屛)이 100여 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17일 “창덕궁 후원의 핵심 지역인 주합루(옛 규장각)와 부용지(정조가 낚시를 즐겼다는 연못) 사이에 길이 30m, 높이 150cm, 폭 60cm의 대나무 취병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복원은 17일 시작돼 9월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비취색 병풍’을 뜻하는 취병은 살아 있는 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생(生)울타리’로, 창덕궁 후원 같은 궁궐의 핵심 지역과 일부 상류층의 정원에만 사용된 친환경 담이다.

창덕궁 취병은 돌담이나 벽돌담의 딱딱한 질감을 없애고 자연 경관과 어우러지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추구한 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로 꼽히지만 1900년대 초 일제에 의해 사라진 뒤 실물이 남아 있지 않다.

이번 복원은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와 문화재위원회 문화재경관분과가 1820년대 창덕궁과 창경궁을 조감도 형식으로 그린 ‘동궐도’(국보 제249호)의 취병 모습과 취병의 제작 과정이 담긴 ‘임원십육경제지’(19세기 초)를 고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고증 과정에만 3년이 걸렸다.

고증을 마친 설계도면에 따르면 취병은 단순한 나무 울타리가 아니라 주합루의 출입문인 어수문 좌우로 지름 9cm의 통대나무를 바둑판 모양으로 일정하게 이어 구조 틀을 만든 뒤 이음매를 닥나무 껍질로 묶어 고정한 것이다. 이 틀 안에 m²당 25그루의 신우대(화살을 만들 때 쓰는 대나무의 일종)를 규칙적으로 심어 모두 300그루의 신우대를 땅속 80cm까지 뿌리내리게 한다.

정재훈 문화재경관분과 위원장은 “푸른 빛깔의 병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계절 푸른빛을 띠는 신우대를 담장 재료로 썼다”며 “주합루 앞의 어수문과 그 좌우 문 모두 취병과 어울리는 건축이기 때문에 사라진 전통 조경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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