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사례금 노린 GS칼텍스 범행

  • 입력 2008년 9월 9일 18시 01분


사상 최대 규모인 GS칼텍스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집단소송의 대가를 노리고 계획된 범행으로 드러났다. '고객 정보 유출→언론 보도를 통한 공론화→집단 소송 유도'라는 시나리오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9일 "GS칼텍스 자회사 직원 정모(28) 씨 등 구속된 용의자 3명이 '집단소송을 법률사무소에 맡겨 수억 원의 수수료를 챙길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 3명은 7월부터 8월 말까지 GS칼텍스 고객 정보를 빼돌리면서 개인정보 구매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판매가 마땅치 않자 집단소송을 유도해 수수료를 챙기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공범인 김모(24) 씨는 8월 중순 알고 지내던 S법률사무소의 사무장 강모(33) 씨를 만나 범행 계획을 타진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사무장을 만나 개인정보 샘플을 보여주고 GS칼텍스 고객정보 1000만여 건이 있는데 집단소송을 진행하면 수수료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 지 물어봤다.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S법률사무소 측에 유출된 고객 정보를 넘겨 집단소송을 수임하게 하면 수수료로 3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내심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등은 계속 강 씨와 연락하며 개인정보 유출사실을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결국 이달 2일 모 무료신문 기자, 방송 PD에게 유출 사실을 알리고 DVD를 전달한 것이다.

김 씨는 조사에서 "집단소송이 진행되려면 먼저 사회문제로 이슈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해 제보 형식으로 유출 사실을 알렸다"면서 "그러나 한두 줄 정도 기사로 처리될 줄 알았는데 사태가 너무 커졌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경찰은 9일 사무장 강 씨를 소환해 실제로 범행을 모의했는지를 추궁했다.

그러나 강 씨는 "김 씨의 아버지 소송 문제로 법률 상담을 하던 중에 김 씨가 '개인정보 샘플이 있다'며 보여줬지만 관심 없다고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강 씨는 또 "우리 사무소는 집단소송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유출된 고객정보를 안다고 해서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추가 피해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단순 가담자로 불구속된 공범 배모(30·여) 씨가 지난달 31일 과거에 교제하던 박모(33) 씨를 만나 11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USB 1개를 넘겨주며 "팔아 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밝혀내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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