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예능교육, 행복예약!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원민식(11·서울 잠원초 6학년) 군의 방에선 은은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다섯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캐논변주곡이나 월광소나타를 연주할 때도 한다. 학교 성적도 좋고 정서도 안정된 원 군에게 친척들은 ‘해피 아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원 군 어머니 조정란(46·서울 서초구 반포4동) 씨는 “민식이가 전문 연주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지만 평생 음악을 가까이 하게끔 음악교육은 계속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조 씨처럼 아이에게 취미로 음악, 미술 등 예능 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학습 부담감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지루함과 고충을 호소하는 자녀의 성화에 예능 교육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 만 4, 5세에 시작해 11, 12세까지는 해야

자녀를 제2의 ‘장영주’나 ‘임동혁’ 등 전문 예술인으로 키우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 학부모는 ‘학교 실기시간에 위축되지 않고,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 되려면 예능 교육을 어느 선까지 시켜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뇌 발달이 일정 단계에 도달했으면서도 유연성이 남아 있는 만 4, 5세 정도가 예능교육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나이라고 말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하면 습득한 기능이 안정적으로 남아 있기 어렵고, 너무 늦어지면 기능 습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한 번 시작했다면 적어도 11, 12세까지는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까지는 입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 학교 공부와 병행할 수 있을뿐더러, 주말을 이용한 한두 시간의 레슨으로도 성인이 될 때까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야마하뮤직스쿨의 김신영 뮤직에듀케이션매니저는 “이 나이가 되면 아이 스스로 ‘재미있는데 계속 해볼까’ 또는 ‘다른 것이 더 재미있는데 그만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려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은 필수다. 한두 번밖에 듣지 않은 노래를 쉽게 따라 부르거나 또래에 비해 악보 이해가 빠르다면 음악적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색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색을 혼합해 활용하는 아이는 미술적 재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정서적·교육적 효과 높아

음악 교육은 아이가 소리를 정확하고 미세하게 듣는 능력을 길러준다. 청음 능력이 발달하면 일상생활이나 학교수업에서도 집중력과 이해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8분 음표는 4분 음표의 절반’이라는 식으로 리듬에 대해 배우면서 초등수학의 분수 개념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아이들은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내면의 감정을 쉽게 표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미술 체험은 감정을 발산시켜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고 창의력, 관찰력, 표현력, 발표력, 자신감 등도 키워준다.

6개월 전부터 미술교육을 시작했다는 장경서(7) 군의 어머니 조강희(41·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씨는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 예전에는 잠시도 가만히 못 있고 늘 산만했는데 미술을 하면서부터 집중력도 커지고 표현도 섬세해졌다”고 말한다.

과정을 강조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예능교육은 빠른 시간에 정답을 구하는 훈련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이 결과가 불확실한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길러준다. 남들은 지루하고 어렵게 받아들이는 클래식 연주회나 미술 전시회를 즐길 수 있는 심미안을 길러준다는 것도 조기 예능교육의 또 다른 장점이다.

○ 누구에게나 고비는 있다

아이에게 예능교육을 시키다 보면 레슨에 대해 심하게 거부감을 나타내는 시기가 한 번쯤은 찾아온다. 짜여진 시간표를 기계적으로 따라갈 뿐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 일종의 슬럼프를 겪는 아이도 있다.

이런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려면 부모가 반복적인 음악·미술 연습이 기본적으로 아이에게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연습 환경에 변화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의 경쟁심리를 적절히 자극하는 것도 슬럼프 탈출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MYC 코리아의 윤혜원 원장은 “개인 레슨을 받는 아이라면 다른 친구들의 기량 향상을 보며 성취동기를 가질 수 있는 그룹 레슨으로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친척 앞에서 여는 미니 발표회, 미니 전시회로 성취감을 느끼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 아이가 완강하게 연습을 거부할 때에는 연습시간을 줄이거나 당분간 쉬면서 가까운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을 찾는 방식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해 주는 게 좋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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