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과잉처방 약제비 추징 못한다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건보 기준 벗어난 처방이라도 제재 못해”

법원, 41억 반환訴 서울대병원 손 들어줘

他병원 줄소송땐 1000억 이상 물어줘야

의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처방을 내려 약제비가 많이 지출됐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당 병원으로부터 ‘과잉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다른 병의원에서도 약제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아져 건보공단은 1000억 원 이상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본보 8월 7일자 A13면 참조

건보공단 “과잉 약제비” vs 의료계 “정당한 진료” 소송 14일 선고

서울서부지법 민사 제13부는 28일 서울대병원이 과잉 처방을 이유로 건보공단이 2001년부터 최근까지 추징해 온 약제비 41억 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의료비지급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기관은 환자의 증상, 상황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처방전 발급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고 해도 약제비를 징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의사의 처방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면 과잉 처방으로 간주해 약제비를 추징해 왔다. 2005년 9월 지방의 한 개업 의사가 약값 추징이 부당하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후에도 건보공단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에 근거해 과잉약제비 추징을 계속하자 지난해 8월 서울대병원은 2001년 이후 추징당한 약제비 41억 원을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대병원은 “단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서 처방했다는 이유로 약제비를 추징한 것은 부당하다는 병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경수 건보공단 법무지원 부장은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앞으로 병의원이 중복·과잉 처방을 해도 정부가 이를 관리할 수 없게 된다”며 “우리와 제도가 비슷한 대만, 일본의 운영 사례와는 정반대의 판결이 내려진 만큼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서울대병원 소송을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약제비 반환 소송에서 모두 패할 경우 152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2006년까지 추징한 과잉처방 약제비 850여억 원까지 포함할 경우 1000억 원대의 건보재정이 줄어들게 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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