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면권→임명권 변경 방송위 위상강화 위한 조치일 뿐”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 법원 ‘해임권 인정’ 판단

서울남부지법이 22일 “현행법상 대통령에게 KBS 사장의 해임권이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대통령 해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정연주 전 사장 측의 서울행정법원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인 해임권 유무 논란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이 여러 가지 논거를 대며 적극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법적 판단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 전 사장 측이 해임무효 소송에서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 “대통령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꾼 것은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없애 방송의 자유 및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일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에서 해임권 유무 논란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법원은 대신 정 전 사장 측의 반대 논리가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고만 밝혔다. 논란이 거센 해임권 유무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행정법원보다 훨씬 적극적인 판단을 내렸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 윤성근 부장판사는 “통합방송법상 ‘임면’이 ‘임명’으로 바뀐 것은 당시 입법 자료를 모두 살펴봐도 그것이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임명으로 바꾼 것은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즉 임명은 통상 해임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해임권을 없애기 위해서는 별도의 규정이나 근거가 필요한데 이러한 규정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 및 정부 측 주장과 일치한다.

정부 측은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것에 대해 국회보고서상 별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 직원에 대해서는 ‘임면’ 규정을 그대로 두는 등 법안 개정안이 부실하게 제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사장 측은 “서울남부지법의 결정과 행정법원의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며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다는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 행정소송에서 뒤집겠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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