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이솝우화에서 배우는 경제학’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1분


◇‘이솝우화에서 배우는 경제학’/서명수 지음(인북스)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

알고 보니 경제원리

이솝은 경제 선생님이다. 이솝우화에는 경제의 핵심 원리가 담겨 있다.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토끼와 거북이, 늑대와 소년 등은 경제 원리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재치와 유머, 반전과 역설의 기법으로 동물들의 이기심과 욕심을 다룬다. 작가는 욕심과 이기심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본다. 다음의 글을 논술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가) 사자는 세 마리의 황소를 잡아먹으려 한다. 하지만 세 마리의 황소는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사자는 황소 사냥에 실패한다. 그 결과 사자는 세 마리의 황소를 서로 이간질시켜 따로따로 공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황소들아, 이 세상에서 가장 힘 센 황소가 누구지?” 그러자 황소들은 제각기 자기가 힘이 가장 세다고 말했다. 마침내 황소들은 자기들끼리 힘 싸움이 벌어졌고, 힘이 엇비슷한 황소들은 결판을 낼 수 없었다. 결국 황소들은 각자 따로 다니게 되었고, 사자는 마음 놓고 황소들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21, 22쪽)

(나) 굶주린 여우가 있었다. 여우는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포도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게 되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를 보고, “포도가 맛있게 생겼구나” 하고 여우는 군침을 삼켰다. 그러나 약간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따 먹을 수 없었다. 여우는 여러 번 뒤로 물러났다가 달려와 힘껏 뛰어올랐다. 하지만 포도송이에는 손이 닿지 않았다. 여우는 결국 포기했다. 더욱 배가 고파진 여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떠나면서 중얼거렸다. “덜 익어서 아주 실 거야. 난 신 포도는 절대 먹지 않거든.” (122, 123쪽)

위 글은 경제 원리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가)는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에 해당한다. 사자가 경제적으로 행동하여 세 마리의 황소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학 용어인 ‘집중과 선택’을 적용할 수 있다. 여우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빨리 포기하고 선택을 바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글을 바탕으로 경제 원리를 도출하고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를 생각해보자.

(가)의 글은 ‘최소의 비용(最小費用), 최대의 효과(最大效果)’의 경제 원리에 해당한다. 최소의 비용, 최대 효과란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여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경제행위다. 즉, 최소의 비용이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원칙이다.

(가)에서 사자가 황소들의 이기심을 이용하여 적은 노력으로 많은 황소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이 경제 원리의 도출이 가능하다. 지름길을 통해 목적지에 가는 택시 운전기사가 이에 해당한다.

② ‘(나)에 제시된 인간 삶의 일반적인 교훈을 제시하고, 경제의 관점에서 여우의 행동을 옹호하시오’라는 문제를 만들어보자.

(나)에서는 자신의 무능을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인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여우가 포도를 단념하면서 실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합리화’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우가 포도밭을 떠나면서 “이제 가능한 포도를 골라서 집중하겠어”라고 말했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 원리로 여우에 대한 옹호가 가능하다. 안 되는 것을 빨리 포기한다면 실현 가능한 것을 선택해 능력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우화 ‘구두쇠와 금괴’ 이야기는 ‘돈이 돈을 번다’는 자본의 논리를 보여준다. ‘개미와 배짱이’에서는 ‘저축이 미덕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농부와 세 아들’은 ‘뭉치면 산다’는 교훈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경제란 인간의 일상생활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도 경제의 관점에서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동물과 인간의 기본적 삶은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화를 통해 어려운 경제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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