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소주박사’ 금복주 기술연구소 하현팔 소장

  • 입력 2008년 7월 11일 07시 40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 덕분에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소주가 세계적인 술로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10일 대구 달서구 장동 ㈜금복주 별관 기술연구소.

이 연구소 하현팔(59·전무이사) 소장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주류업계는 기술연구 부문 투자가 다소 미약한 편인데 금복주는 이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소주 개발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하 소장은 ‘소주 박사’로 불린다.

1997년 기존 제품에 비해 알코올 도수를 2% 낮춘 ‘참소주’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알코올 함량이 23%였던 이 소주는 현재 알코올 함량이 19.5%까지 낮아졌다.

순한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도수를 낮춘 것이다. 국내 소주업계도 잇달아 알코올 도수가 낮은 소주를 시장에 속속 내놓고 있다.

참소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현재 10%. 출시 이후 지금까지 30억 병 이상 팔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국내 최초로 해양심층수로 만든 소주 ‘참 아일랜드’도 그의 작품.

“국내 주류 제조회사들의 술을 빚는 기술과 재료(주정)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어요. 승부는 얼마나 양질의 물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죠. 동해안의 청정 심층수를 원료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젊은층의 반응이 좋고 해외 주류업계 바이어들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수출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계열사인 경주법주㈜의 기술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고급 전통 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통주인 ‘화랑’을 개발해 2003년 한국농화학회 기술상을 받은 그는 “위스키 등 외국 술이 밀려오면서 한국 전통주의 가치와 우수성이 왜곡되고 제대로 평가를 못 받았으나 화랑을 통해 우리 고유 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것은 인생의 참뜻을 배우는 것”이라며 “적당히 마시는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절대로 과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향된 인식도 고쳐야 할 점으로 꼽은 그는 “술이 지닌 산업적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발효공학 기술이 앞선 주류업체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BT) 산업의 발전이 이뤄졌다”며 “일본에는 ‘국주’라고 하는 청주업체 공장만 1500여 곳으로 중앙과 지방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는 대부분 자국을 대표하는 술이 있다”며 “프랑스의 와인과 코냑, 영국의 위스키, 일본의 청주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는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도 부족하고 국가적인 지원책도 미미한 편”이라고 밝혔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1976년 금복주에 입사한 그는 1988년 경북대 농대에서 농화학(발효)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 소장은 “와인은 오래돼야 평가를 받지만 소주는 늘 새로워야 좋은 술”이라며 “술을 담는 용기와 상표 등 디자인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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