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발굴하며 국보급만 ‘슬쩍’

  • 입력 2008년 6월 24일 20시 28분


해저 문화제 발굴· 탐사작업에 참가해 고려청자 사자향로 등 국보급 문화재 19점을 빼돌린 잠수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보물선 탐사작업을 벌이다 발견한 유물을 빼돌려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잠수부 최모(41) 씨를 구속했다.

또 빼돌린 문화재의 운반과 판매를 도운 성모(32)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충남 태안군 근흥면 대섬 앞바다에서 문화재청 주관으로 진행된 유물 발굴 작업에 잠수부로 참가해 고려청자 등 19점을 빼돌려 10억 원을 받고 팔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다른 잠수부들보다 5분 정도 먼저 물에 들어가 최상급 문화재를 발굴현장에서 20m 가량 떨어진 해저에 숨겨 놓은 뒤 문화재청의 발굴 작업이 종료되면 다시 물에 들어가 유물을 건져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는 목포, 신안 등지에서 해저유물을 발굴한 전문 잠수부로 발굴 경력이 20년이나 돼 전문가 수준의 도자기 감정 능력을 갖고 있다"며 "최 씨가 빼돌린 청자 등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는 수준의 문화재들이다"고 말했다.

최 씨가 빼돌린 사자향로, 음각 앵무문 접시 등의 문화재에 대해 문화재청은 고려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12세기에 제작된 최고급 청자로 감정했다.

한편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빚보증을 잘못 서 신용불량자가 돼 청자 한 점을 팔면 팔자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정원 국제범죄정보팀으로부터 국보급 고려청자가 해외로 밀수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공조수사를 벌여 일당을 검거했다"며 "최 씨는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굴 현장의 감시가 치밀한 점을 감안하면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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