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특목고 대비 선행학습, 과속땐 구멍이 숭숭”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학부모이자 입시전문가 2인의 ‘엄마표 특목고 진학 지도 경험’

학부모이자 특수목적고 대비 학원의 입시 상담 전문가인 박윤희(45) 씨와 이은주(43) 씨는 학원가에서 ‘특목고 족집게’로 통한다. ‘엄마 마음은 엄마가 안다’고 일부러 찾는 학부모들도 많다. 자녀의 학원 선택, 공부법부터 진로 상담에 자잘한 인생 상담까지 엄마들의 궁금한 부분을 속 시원히 풀어주기 때문이다.

○ 과학고 전문가 박윤희 하늘교육 인천계산교육원 상담실장

“당신은 꼭 구멍가게 아줌마 같아. 별걸 다 상담해주잖아.”

박윤희 상담실장의 남편인 이도형 원장은 가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학부모가 올 때마다 자녀 교육에서 어려운 점을 40분씩 들어주는 상담 방식 때문이다. 두 평 남짓 되는 작은 상담실은 엄마들의 사랑방이다.

박 실장이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은 데는 잘 자라준 두 자녀의 영향도 크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KAIST 1학년에 재학 중이고, 딸은 올해 인천과학고에 입학했다. 박 실장은 “자식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으니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말을 할 때도 힘이 실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논술지도교사를 10년 넘게 했다는 그가 남편과 함께 학원을 차린 것은 자녀들을 관리해서 더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박 실장이 꼽는 과학고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대학 입시에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 수 있다’는 것. 현재 전국 고등학생의 0.2% 수준인 과학고 졸업생 수(3900명)는 상위권 8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KAIST 포스텍 이화여대 성균관대)의 특별전형 선발인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선 “과학고 가면 적어도 OO대는 간다”는 통설이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KAIST와 협약을 맺어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어 대학진학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 좋다.

박 실장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선행학습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학생은 한 달에 한 학기 분량씩 진도를 나가기도 하고, 초등학교 5, 6학년 때 이미 고등학교 수학문제집인 정석을 떼기도 한다는 것.

박 실장은 “선행학습은 필요하지만 너무 빨리 배우면 공부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범한 시행착오를 엄마들도 똑같이 범하더라”며 아쉬워했다.

○ 외국어고 전문가 이은주 토피아 강남아카데미 부원장

이은주 부원장은 달변가다. 외고 입시동향을 물 흐르듯 쉽고 매끄럽게 설명한다. 풍부한 자료를 활용해 각 학교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학교를 골라준다. 그런 그도 집에서는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는 평범한 엄마다. 이 부원장은 “회사에선 외고 입시를 지도하고, 집에선 과학고 입시를 지도하다 보니 양쪽 엄마들의 고민을 모두 잘 상담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수학은 아이의 키고, 영어는 아이의 몸매라는 말이 있어요. 키(수학)는 어느 정도 선천적인 면이 중요하죠. 과학고 가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타고난 적성이나 재능이 있어야 해요. 부모는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되죠. 반면 몸매(영어)는 가꿀수록 좋아지잖아요. 외고 가는 아이들 중에는 타고난 영재가 일부분이에요. 대부분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많이 시키고 영어를 자주 접하게 한 학생들이죠.”(이 부원장)

외고 입시에 대한 정보는 대형 학원들이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바뀌는 전형요소나 지원방식 등을 놓치지 않으려면 풍부한 데이터와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원장은 되도록이면 큰 학원의 설명회를 참고하고 주변의 특목고 합격 사례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그해 입시에 맞는 정확한 정보가 아닌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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