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감안않고 옹벽 쌓았다 바로 철거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퇴임 기관長에 120만원짜리 ‘금열쇠’

공공기관 예산낭비 실태

서울 A구는 경사지의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옹벽을 쌓으면서 육교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착공했다.

원래 옹벽은 육교에서 1.2m 떨어져야 하지만 옹벽 공사를 완공하고 나니 육교까지 너무 가까웠던 것. 옹벽을 헐고 새로 공사하는 데 10억 원이 추가로 들었다.

B공기업은 사업지역 내에 기찻길이 들어설 것이라는 계획을 통보받고 12억 원을 들여 굴다리를 만들었지만 기찻길 위치가 옮겨지는 바람에 굴다리를 철거해야 했다. 철거비 9600만 원을 포함해 13억 원가량이 낭비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예산낭비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나 무계획적인 행정조치로 예산이 낭비된 구체적인 사례를 13일 밝혔다.

지방 C시는 길거리에 큰 자갈을 깔아 포장했지만 하이힐을 신고 다니기 어렵다는 민원 때문에 포장공사를 한 지 1년 만에 화강석으로 다시 포장해야 했다.

올해 초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선 공공기관장들로 구성된 한 친목회가 퇴임하는 기관장에게 120만 원짜리 ‘행운의 금 열쇠’를 선물했다.

이 선물은 친목회 회비로 마련됐는데 회비는 각 공공기관 예산에서 갹출된 것이다. 예산으로 친목단체 선물을 산 셈.

국가가 운영하는 D공공의료원은 의료원 직원들에게 장례식장을 무료로 사용토록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주무 부처 퇴직 관료들의 모임인 동우회 회원들에게는 20%의 할인 혜택도 줬다.

재정부 당국자는 “일정 기준을 정해 장례식장 이용료를 깎아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료원 직원 등 특정인에게 과도한 감면혜택을 주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공공기관 직원은 정부 산하 기관들이 공공시설 운영비를 서로 떠넘기느라 시설을 놀려 결국 예산을 낭비한 사례를 신고하기도 했다.

2개 기관이 한 지방 항구의 부두 통제시설 운영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투느라 2년간 통제시설을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것. 이 기관들은 재정부의 지적을 받고서야 운영비를 나눠 내기로 합의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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