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천하명창 임방울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천하명창 임방울] 천이두지음·현대문학

스승의 가르침에 물음표를 던진 임방울 명창

교육에 있어 창조적 반항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적 ‘한(恨)과 설움’을 노래한 판소리의 명창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그의 판소리를 담은 레코드판이 100만 장 이상이나 팔렸다. 그의 힘찬 청구성(튀어나오듯 맑게 나오는 소리)과 쉰 듯한 수리성(컬컬하게 나오는 소리)은 우리 민중의 정서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임방울이다. 당시 임방울의 인기는 오늘날 서태지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다. 이 책은 명창 임방울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의 삶과 예술을 논술과 관련시켜 생각해보자.

(가) 아랫목에 앉은 스승 유성준이 한 대문을 불러주면 윗목에 둘러앉은 제자들이 따라 부르고, 이런 식으로 한참 진행이 되어가는데, 어느 대문에 이르러 임방울이 문득 따라 부르기를 멈추고는, “아버님, 이 대문이 아무래도 반박(半拍)이 모자라는 것 같은디요?” 하였다. “무엇이 어찌여?” 선생의 낯빛이 당장에 일그러졌다. “요런 싹둥머리 없는 자석 좀 보소잉!” 스승은 박달나무 목침을 움켜잡고 임방울께로 달려들어 어깨죽지며 등줄기를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96쪽)

(나) 고수가 다시 눈짓하며, “퇴끼 기가 맥혀 벌렁벌렁 떨며”, “퇴끼가 기가 막혀” 하더니 다시 “그래 그래 달아맨 퇴끼였제. 야 이놈 퇴끼 놈아, 야 이놈 달아맨 퇴끼야아...” 하더니 임방울은 한순간 비틀, 하면서 허공을 응시했다. 푸른 하늘이 떠오르고 그 끝에 구름, 그 구름 너머는 벼랑, 임방울은 벼랑 끝에서 훌쩍 날아오르는 환각에 빠지면서 픽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민중의 사랑을 받던, 그리고 진정한 민중의 정서 속에 생애를 보낸 진짜 소리꾼 임방울은 그렇게 갔다. (265쪽)

윗글은 임방울이 진정한 판소리 광대임을 알려준다. (가)는 스승인 유성준 선생의 동편제를 따르지 않는 임방울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당시는 스승의 법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제자 된 도리였다. 그러나 그는 서편제의 공창식과 동편제의 유성준을 통해 자신만의 ‘임방울제’를 정립하는 통합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는 민중 속에서 판소리를 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임방울을 묘사한다. 그는 판소리 예술에 혼을 불사른 뒤 비로소 죽음을 통해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내용을 통해 임방울 예술세계의 특징을 살피고,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에만 따른다면 스승의 일개 아류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임방울은 제일급의 가객이고자 하는 창조적 정열의 소유자였기에 자신만이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였다. 임방울의 이런 정신은 당시로는 판소리의 ‘역적’으로 치부될 수 있었으나 결국 판소리 예술의 가치와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진정한 교육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② ‘(나)에 제시된 임방울의 죽음과 판소리 예술의 관련성을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보자.

예술가들에게 죽음은 단순히 인생의 ‘끝’이 아니다. 지나온 삶의 압축이다. 임방울은 판소리를 하다가 민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쓰러졌다. 이는 임방울의 삶과 판소리의 일체감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마지막 판소리를 향유자인 민중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판소리 정신이 구현된 의미 깊은 순간이기도 하였다. 임방울이 진정한 판소리 명창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임방울은 서편제와 동편제를 통합하여 자신만의 판소리제를 창조한다. 그 결과 그만의 ‘춘향가’ ‘적벽가’ ‘수궁가’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는다. 임방울의 통합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통합정신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임방울의 판소리가 빛나는 유산이 되는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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