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마을도서관’에 1억 기탁한 김제동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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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도 하지 않고 평소 복장 그대로. “괜찮겠느냐”고 걱정했더니 “멋 부리려 나온 게 아니다”란 우문현답. 책을 펼쳐든 인기 방송인 김제동 씨의 모습은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요즘 스위스 출신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저작을 즐겨 읽는다는 그에게 책을 나누는 일은 세상을 나누는 일이다. 이훈구  기자
분장도 하지 않고 평소 복장 그대로. “괜찮겠느냐”고 걱정했더니 “멋 부리려 나온 게 아니다”란 우문현답. 책을 펼쳐든 인기 방송인 김제동 씨의 모습은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요즘 스위스 출신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저작을 즐겨 읽는다는 그에게 책을 나누는 일은 세상을 나누는 일이다. 이훈구 기자
“제게도 1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내놓고 후회할지도 모르죠.(웃음) 하지만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책은 시골 어린이에게 미래를 열어 주는 열쇠가, 어르신들에겐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으니까요. 지속적인 운동이 되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방송인 김제동(34) 씨가 ‘학교마을도서관’ 캠페인에 1억 원을 내놨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에 김 씨가 도서관 건립 및 도서 구입에 써 달라며 거액을 기탁한 것. 손꼽히는 독서광인 그는 2006년 한국신문협회가 처음 선정한 ‘올해의 신문읽기 스타’로 뽑히기도 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반포4동 한 커피숍에서 그는 “(이)승엽이가 줬다”는 야구모를 눌러 쓰고 털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승엽 선수와 절친한 사이다. 그는 막상 말문을 열자 방송에서 말로 웃기기만 하는 스타가 아니었다. 기부와 사회 환원 등에 자기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적은 돈이 아닌데….

“더 훌륭한 일을 하는 분이 많은데 쑥스럽다. 평소 한국에도 이런 후원 사업이 더 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칭찬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칭찬받고 더 열심히 좋은 일에 나서겠다.”

―이전에도 여러 곳에 기부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굴 돕겠다는 거창함보다 혼자 갖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너무 많이 짊어지면 힘들다. 이렇게 한 번씩 내질러야 속이 편하다. 처음 연예인할 때 다짐한 세 가지가 있다. 명품 쓰지 말자, 외제차 타지 말자, 반드시 돌려주자. 100% 지켰다곤 못해도 노력하고 있다. 기부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에 알려 두 손이 함께하길 바라는 심정을 담았다. 그래야 더 활발해지지 않겠는가.”

―농촌 돕기 방송도 많이 하지 않았나.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지방 교육과 문화를 살려야 한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다. 시골에서 희망이 희박해지고 있다. 마을도서관은 적절한 선택이다. 책은 물론 컴퓨터와 영어교육도 제공돼야 한다. 나름대로 영어와 관련해 준비 중인 것도 있다.”

―어떤 구상이 있는 것 같다.

“류승완 영화감독 등 지인들과 영어 교재를 만들려 한다. 연예인도 참여해 친근하고 배우기 쉽게. 인터넷 동영상과 책도 제작해 혜택 받지 못한 이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무상으로. 구체적인 기획 단계다. 아, 학교마을도서관과 연계해도 좋겠다.”

―지원되는 곳을 ‘김제동 도서관’으로 이름 붙이면….

“그건 아니다. 무슨 동네 도서관 같다.(웃음) 굳이 붙인다면, 팬 카페 이름인 ‘레제카’(‘레크리에이션계의 왕, 제동 오빠의 카페’ 줄임말)를 써 달라. 기부금도 혼자 내는 게 아니라 팬들이 함께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데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

“내세울 수준은 아니다. 다만 아까 명품 얘기를 하자면, 팬이 선물하면 내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팬 카페에 ‘꼭 하시려면 책으로 달라’고 했다. 책은 나눌 수 있다. 돌려 볼 수 있고, 내용이나 감상을 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은 세상을 배우는 문이다. 놓아두면 무생물이지만 펼치면 살아나는 친구가 책이다.”

―생각은 있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부한다면….

“얼마 전 미국 영화배우 벤 애플렉이 그랬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금을 조금밖에 못 냈다고. 나처럼 가진 사람이 감면받으면 못 가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게 줄지 않겠느냐고. 물론 부유층이라고 무조건 비난해선 안 된다. 하지만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함께 살며 함께 나누는 ‘신의’가 중요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서지은(24·연세대 사회학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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