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문화&사람]<12>자연사박물관 ‘우석헌’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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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돌아다니며 광물과 화석 32만 점을 모은 김정우 씨(오른쪽) 부부. 표본을 구입할 때 돈이 없어 예물 시계를 팔았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김재명 기자
세계를 돌아다니며 광물과 화석 32만 점을 모은 김정우 씨(오른쪽) 부부. 표본을 구입할 때 돈이 없어 예물 시계를 팔았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김재명 기자
김정우 - 한국희 부부

‘비밀의 방’ 수장고까지 활짝

《“와, 공룡이다, 공룡!” 25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 자연사박물관 ‘우석헌(愚石軒)’.

방학을 맞아 박물관을 찾은 초등학생 3명이 야외전시장의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앞에서 연방 감탄사를 터뜨렸다.

같은 시간 이들을 데리고 온 주부 2명은 실내전시관에서 2m 높이의 거대한 자수정 원석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관람 내내 어른과 어린이 모두 흥미를 잃지 않는 모습을 우석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전 세계 안 가본 오지가 없죠”

2003년 12월 문을 연 우석헌은 김정우(60) 씨가 세계 각국의 오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광물과 화석 32만 점을 보관 중이다. 우석헌은 ‘어리석지만 아름다운 돌의 집’이라는 뜻. 우석은 김 씨의 호(號)다.

부친(작고)을 도와 금융기관 중역으로 일하던 김 씨는 처음에 수석을 모았다. 그러나 단순히 보기 좋은 돌보다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김 씨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광물과 화석을 수집했다.

남미의 아마존 정글을 비롯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쓰나미(지진해일)가 났던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이르기까지 그가 찾은 곳은 30개국이 넘는다.

50t이 넘는 중국의 종유석, 30t이 넘는 인도네시아의 나무화석, 스테고돈(신생대의 코끼리과 동물) 화석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표본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암모나이트 화석은 무려 4만 점에 달하는 등 전체 수집품의 양도 국내 최대 규모다. 최근에는 주로 중국을 오가며 표본을 찾고 있다.

김 씨는 “아마존에는 침낭 1개만 들고 갔었고 중국에서는 강도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그래도 계속 (오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부인은 뒤늦게 박물관학까지 공부

우석헌 설립 계획은 10여 년 전 김 씨가 한국희(47) 씨와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부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를 함께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했다.

부인 한 씨는 뒤늦게 대학원에서 박물관학까지 공부했다. 우석헌 개관 뒤 김 씨는 수집활동을 계속했고 한 씨는 관장으로서 박물관 운영을 맡았다.

부부가 함께 박물관을 이끌어가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다. 한 씨가 돈이 부족해 표본 구입을 반대하자 김 씨는 결혼 예물로 받은 시계를 팔았다.

한 씨는 “뒤늦게 친구에게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땐 황당해서 웃음만 나왔다”며 “광물과 화석에 대한 그분의 열정을 다시 봤다”고 말했다.

우석헌 상설전시관은 현재 2700점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보통 박물관 수장고는 비공개. 우석헌은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인 수장고를 공개해 관람객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주고 있다.

김 씨는 “광물이나 화석은 그 자체가 중요한 나라의 자산이고 교육 자료”라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을 때 후손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계속 자료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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