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상담실]논술 답안 작성때 지켜야 할 원칙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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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을 어떻게 공부할지,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의 ‘논술 상담실’ 게시판에 질문을 올려 주시면 논술 전문가 박정하 교수가 일부를 선정해 상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 질문]

정시 논술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매일 답안을 작성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써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답안을 작성할 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일반적인 원칙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리해 주십시오.(고3 수험생)

[ 답변]

학생들의 글은 하나하나 다 다르고 특색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고는 될 것 같으니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항상 귀가 따갑도록 듣는 얘기겠지만 논제를 정확히 파악해서 출제자가 요구하는 내용을 써야 합니다. 출제자가 요구하는 내용은 논제에 다 드러나 있기 때문에 어떤 심오한 분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것 역시 논제에 드러나 있지 않은 어떤 의도를 파악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논제를 정확하게 읽어서 요구사항을 올바로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입시 논술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아닙니다. 쓰라는 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문제의 초점에서 어긋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대중은 현명한가, 우매한가’라는 요지의 논술 문제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논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대중 소외 현상에 대해서 자신이 준비한 논의만 실컷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쓰면 아무리 잘 써도 좋은 평가는 받기 힘듭니다. 가능하면 주어진 물음에 딱 맞게 자기 생각을 정하고 이를 한두 문장의 주제문으로 명료하게 표현해서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통합교과형 논술은 짧은 답안을 요구할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본론 위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짧은 분량의 글을 쓸 때는 도입부인 서론을 너무 길게 쓰거나 마지막 부분에서 내용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분량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실제 내용이 부실해집니다.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평가하는 문제일 경우에도 도입과 맺는 부분을 따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대체로 800자 이내의 답안일 경우에는 본론 위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답안을 한 문단으로만 쓰라는 것은 아닙니다. 800자 이내의 글이라도 내용에 따라 두세 문단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단순한 도입 역할을 하거나 글을 맺는 역할을 하는 문단은 따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셋째, 경우에 따라서 상대 의견에 대한 반론을 포함시키면 더 좋습니다. 글을 쓸 때는 일단 ‘내가 옳다’는 것을 충분히 밝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러나 한 걸음 나아가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도 적절히 포함시킨다면 더 수준 높은 글로 평가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교 평준화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이라면 찬성의 근거만 댈 것이 아니라 평준화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밝혀 주면 더 좋습니다. 우선 이미 제기된 전형적인 반대 주장들을 반박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예상되는 반론도 반박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내 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넷째, 반박만 하지 말고 균형 잡힌 관점에서 자신의 약점이나 상대의 강점을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물론 나의 약점이나 상대의 강점이 내 주장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타당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는 식으로 슬며시 인정해 주는 것도 좋은 태도입니다. 내 주장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 줘서 내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에 서 있음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해결책을 제시할 때에는 목표만 제시하지 말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마지막 문제에서 대안이나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원칙적이고 당연한 주장만 제시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열이 날 때 ‘약을 먹어라’ 정도는 너무 원칙적인 대책이지요. ‘해열제를 먹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이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A약을 하루 세 번, 식후에 두 알씩 먹어라’ 정도 되어야 실제로 의미 있고 구체적인 대책이 되겠죠.

여섯째, 제시문을 잘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통합교과형 논술에서는 제시문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평가하거나 현상 사례 도표 등과 관련지어 논의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제시문의 주장을 잘 이해한 다음 자신의 언어로 바꿔 표현해야 합니다. 제시문의 문장이나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논의를 반복하는 느낌을 주고 나름의 생각이나 관점이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듭니다.

일곱째, 도표 그래프 등 자료를 이해할 때는 확대 해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도표나 그래프는 보통 어떤 현상이나 변화의 주요 측면을 보기 편하게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나타난 사실만을 정확히 해석해야 하는데, 현실이나 상황을 자의적으로 연계시킨 나머지 도표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표를 제시문으로 내는 것은 분석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입니다. 일단 도표를 이해한 다음 그 내용을 지문이나 조건과 관련시켜 해석하고 연계해야지, 이해 단계에서 도표를 왜곡하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선입견이나 전제 없이 도표에 드러난 사실만을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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