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글로벌 캠퍼스 시대/경북대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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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잖아요. 한국이 모든 면에서 배울 점만 있어서 유학을 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성숙한 분위기가 필요하겠지요.”

27일 오후 경북대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원 유학생 5명은 “연구가 목적인 대학원생으로서 볼 때 유학생활에 아쉬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경북대 전체 유학생(33개국 750명)의 대표를 맡은 중국 허난(河南) 성 뤄양(洛陽) 출신인 왕루이(25·경영학과 석사과정) 씨는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중에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대개 유학을 한 나라에 대해서는 고국에 돌아가서도 우호적인 느낌을 갖는데 한국인이 중국인을 낮춰 보는 분위기 때문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는 것이다.

3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왕 씨는 “한국사회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발전하는 나라’ 또는 ‘가난한 사람이 많다’는 식으로 매우 단편적”이라며 “한국을 중심으로 외국을 판단하는 분위기를 극복해야 국제적인 나라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경북대 유학생 중 중국 출신이 550여 명으로 73%가량을 차지한다.

터키와 접한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출신인 차코글랸 하이쿠히(35·여·식품공학전공 박사과정) 씨는 한국에 대한 느낌이 아주 달랐다.

이 대학 유학생 중 유일하게 아르메니아 출신인 그는 “이제 국적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며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고 생활하면 그것으로 좋다”고 말했다.

2004년 석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아르메니아에선 종일 빵을 먹으며 자랐지만 이제 김치와 된장이 없으면 못 살겠다”면서 “한국과 아르메니아는 교류가 별로 없지만 머지않아 내가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웃었다.

필리핀 출신인 웨이지 캐서린(30·여·식품공학전공 박사과정) 씨와 베트남 출신 응우옌쾅중(36·화학과 박사과정) 씨는 “대학원생은 연구가 중요한 목적인데 경북대의 경우 실험실의 연구 환경은 좋은 반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때가 많은 데다 대학원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프로그램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기차로 20시간가량 떨어진 그라스노다르 출신인 드미트리 심(24·무역학과 석사과정) 씨는 고려인 3세. 청송 심(沈)씨다.

그는 고향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한국어를 전공했다. 그때 서울에서 온 교환교수가 ‘심현준’이라는 한국이름도 지어 줬다고 한다.

심 씨는 “고향에서도 추석과 설 같은 명절 전통을 그대로 지키고 있고 김치와 된장도 늘 먹는다”며 “나에게 한국과 러시아는 아주 가까워 공부를 마치면 두 나라를 오가는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학생들이 목표를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과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며 “‘유학생도 한국의 인적자원’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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