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제 불안감에 수시 ‘묻지 마 지원’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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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료만 80만 원 넘기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등급으로만 표시하는 수능 등급제가 처음 실시돼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학 입시와 관련된 비용이 눈 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대구 S고 3학년 A 양은 전교 5등 내외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에 비해 수능 성적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9월에 고려대와 연세대 등 2학기 수시모집에 6곳이나 지원했다.

하지만 수능 이후 비교적 쉽게 출제된 수리 ‘가’형에서 만점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 서강대와 한양대 등 5곳의 수시 2-2에 추가로 지원했다. 일부 대학은 논술고사 날짜가 겹치는데도 무작정 원서부터 냈다.

A 양의 경우 7만∼10만 원(일반전형 기준)인 응시료 때문에 11개 대학의 원서 접수 비용만 88만 원 정도 들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3∼5곳의 수시모집에 지원하던 수험생들이 올해는 7∼10곳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변별력이 떨어진 수능도 수험생들을 ‘논술 과외’로 내몰고 있다.

A 양도 수능 직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유명하다는 논술 강사에게 3명이 첨삭 지도를 받는 데 각각 70만 원, 학원 논술 특강에 약 50만 원을 냈다.

등급을 가늠하기 어려워 각종 컨설팅에 매달리다 보니 상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오프라인 상담에 35만 원이, 온라인 상담에 12만 원이 들었다.

A 양은 지방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입시 정보가 부족하고 당락을 좌우할지도 모를 논술 대비를 위해 자주 서울에 왔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엔 함께 논술 과외를 시작한 친구 2명과 아예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 오피스텔을 3주간 빌렸다.

A 양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식비와 용돈을 빼고도 4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면서 “대학 입학 전에 이미 등록금에 가까운 돈을 썼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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