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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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시간에 비해 그만한 실력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제시문에서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시오.(600자 내외)

▶지난주 제시문은 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 학생글

이나현·충남 보령시 대천여자중학교 3학년

대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의 언어보다 세계 공용어라고 불리는 영어를 배우는 데 더 신경을 쓰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이는 그만큼 영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은 영어에 투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

언어는 우리가 생활해 나감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의 분위기는 어디서나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해 나가기가 어려운 개방스럽지 못한 분위기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이 다른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를 받아들임에 있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의 분위기가 영어와 같은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일상생활에 실천함으로써 거리낌 없이 수용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여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방스럽지 못한 분위기에 의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여야 느는 영어 실력을 억지로 외우고 쓰려고 하다 보니 실력이 향상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언어를 지켜가면서 영어로 대화함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도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또한 평소에 영어로 대화할 기회가 많이 주어질 수 있도록 이를 위한 장소가 많이 마련되어야 새로운 언어를 터득함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최정아·경기 의정부시 민락중학교 2학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지하철을 타면 어떻게 될까? 엄마들은 아이들의 등을 떠밀며 말을 걸어 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군댈 것이다. 그들을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와 같은 EU 회원국들과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등 인종은 달라도 같은 국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우리의 영어 공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인’ 하면 막연하고 두렵듯이 언어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뒷받침되어야만 자연스럽고 현지인과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큼 영어를 생활화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문화 중심주의보다는 문화 상대주의 관점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또 우리 문화와 접목시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가 영어를 더 쉽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외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 문화를 과소평가하고 무조건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 총평

논제 접근 땐 이면에 담긴 의미 함께 읽는 노력을

연간 사교육 시장규모 33조 원. 그중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교육시장 규모.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조기 유학이나 영재 교육을 받아 한국말보다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기실 이런 현상은 오랜 시간을 두고 나타난 현상이기에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바대로 우리나라가 영어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국가 규모와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왜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못하며, 영어에 대한 울렁증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문제를 두고 우리 생활과 사회의 여러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도가 이번 논제에 담겨 있었다.

먼저 언어에 대한 일반적인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도 배웠겠지만 언어는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언어는 인간이 태초부터 사용했던 것이기에 언어 한 가지만 가지고 이해할 수 없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 즉 역사성, 창조성, 사회성 등을 고려한다면 ‘언어 공부는 문화 공부’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이번 논제가 단순한 예로 영어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영어의 경우가 예로 나왔다손 치더라도 폭넓은 안목이 있는 학생이라면 우리나라의 민족적 폐쇄성이 현재 우리의 삶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제에 접근할 때 그 이면에 담겨 있는 내포적 의미까지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했다.

많은 학생이 영어교육에 관한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짚어주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과감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주체적인 자세를 기본으로 다문화 인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경우 앞서 제기한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영어교육’이라는 측면에서만 끝을 맺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시문의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되짚어 보는 자세는 논제에 따른 제시문 분석의 기본이기에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이나현 학생의 글은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에 따라 일관되게 글을 전개한 점이 돋보였다. 글의 흐름도 자연스러워 독자의 이해가 쉬웠다. 즉,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위한 요건인 글의 유기성이 좋아서 글을 쓰기 위한 기본자세가 바로잡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휘의 사용에 있어서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방스럽지’라는 표현은 번역투에 가까운 표현으로 올바른 국어 사용이 아니다. 다른 표현(폐쇄적 또는 개방이 이루어지지 못해)을 사용하는 것이 옳겠다. 이처럼 과도하게 체언(대표적으로 명사)을 용언(동사나 형용사)처럼 변형하여 쓰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최정아 학생의 글은 제시문을 통해 전달되는 ‘현상-원인-결과’의 구도가 명확하며, 논제 분석력이 좋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보편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도출시킴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설득력을 얻었다. 이렇듯 보편적인 가치가 있는 사항들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이해와 글의 설득력을 동시에 얻는 자세가 돋보였다. 그러나 결론 마지막 문장의 경우, 이 내용이 따로 제시되는 것보다는 글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마치 반론을 생각해 따로 떨어뜨려 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항상 논자의 주장이 얼마나 포괄적이며, 모든 반론을 수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글을 전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窩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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