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갑식]꿈마저 획일화돼가는 교육현장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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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학생들의 장래 희망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1위도 그냥 1위가 아니다. 초중고교생 모두가 교사를 희망 직업 1위로 꼽았다. 선호도에서도 교사는 15.8%로 ‘잘나가는’ 직업군의 대표 격인 의사(6.9%)를 크게 앞섰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이직 사태로 교사 충원 자체가 어려웠던 경제 개발 초기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80년대 들어서도 교사는 존경받지만 선호도가 높은 직업은 아니었다.

“1980년 교사로 처음 부임했는데 당시 젊은 교사들은 교단을 오래 지키려고 하지 않았다. 동기 중 상당수가 2,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월급이 많은 직장을 찾아 떠났다.”

28년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의 말이다. 이직 교사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이들은 주로 은행과 증권, 자동차 등 성장 업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교직은 일반 대기업에 비해 보수는 적지만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천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교사의 인기가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박수만 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가 교직을 선호한다면 반길 일이지만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교직으로 몰려든다면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한 교원단체의 관계자는 “교사를 안정성으로만 선택한다면 본인과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직에 어울리는, 교직이 요구하는 자질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지나치게 특정 직업군을 선호하는 것은 국가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교사 공무원 간호사 운동선수 연예인 등 상위 10개 직업군을 선택한 학생이 초등학생 71.8%, 중학생 59.6%, 고교생 46.2%로 조사된 건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문제는 교사가 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라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때까지 비슷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는 것이 더 문제다.

꿈이 비슷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그리고 그 꿈에 도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김갑식 교육생활부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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