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서울 주요대학 수시2-1 논술 집중분석<1>건국대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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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일부 대학이 9∼10월에 ‘수시 2-1 전형’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이들 대학은 대부분 수시 2-2나 정시모집 전형에서도 수시 2-1의 논술고사와 유사한 유형으로 시험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시 2-1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의 시험 유형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비책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교과서 문제라 친숙? 독창성 있어야 해결!

건국대는 10월 13일 2학기 수시 논술고사를 치렀다.

응시생은 인문계와 자연계를 합쳐 1만 3707명.

건대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 출제를 피하기 위해 각 전형마다 논술 출제위원장을 바꾼다. 하지만 논술고사의 큰 틀은 유지한다는 방침.

○ 교과서에서 출발한다

건국대 2학기 수시 인문계 논술의 제시문은 비교적 내용이 평이했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평가다.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나 복잡한 문장이 없어 제시문이 다른 대학에 비해 쉽게 느껴졌다는 것. 제시문 6개의 출처도 △교과서(2개) △외국 소설(1개) △수필(1개) △학회지(1개) △인터넷 블로그 글(1개). 고전서나 철학서는 없었다.

자연계 논술 제시문은 △교과서 △과학 관련 신문 기사 △과학 잡지 △인터넷의 글을 고루 인용했다. 제시문 9개에 문제가 10개로 분량이 많은 편이라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한다.

건국대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교과서에서 제시문을 많이 고른다는 것. 교과서에서 제시문을 고른 뒤 이와 연관된 주제의 다른 제시문을 교과서 밖에서 찾는 방식으로 출제한다. 인문계 논술의 경우 전체 6개 제시문 가운데 2개가 교과서(사회·문화, 독서)에 나온 설명문이었다.

올해 2학기 수시 논술 출제위원장인 기종석(철학) 교수는 “제시문과 문제를 쉽게 내되 ‘교과서와 교과서 외의 글을 연결하는 능력’과 ‘전혀 다른 영역의 글을 가로지르는 통합능력’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기 위원장은 또 “교과서에서 반드시 제시문을 취한다는 것이 건국대 논술 출제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교과서에는 검증된 문장들이 실려 있고 요즘엔 교과서의 종류도 다양해서 얼마든지 인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문계 논술 문제1은 ‘문화 진화론’과 ‘문화 상대주의’를 설명한 사회·문화 교과서의 내용을 종의 다양성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 ‘예찬’이란 글과 관련 짓도록 했다. 교과서를 들어 교과서 밖 제시문을 설명해도 되고, 교과서 밖 제시문을 통해 교과서 내용을 설명해도 된다. 어느 편이 더 신선한 접근인지 생각한 뒤 두 제시문을 연결하는 논리적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인문계 문제2는 사회·문화 교과서와 독서 교과서에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통계자료(이슬람권 국가들의 민주화 수준을 보여 주는)를 해석하는 것.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기초로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또 도표를 해석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가장 배점이 큰 문제3은 교과서에 나온 개념인 ‘문화 진화론’과 ‘문화 상대주의’, ‘절대론적 윤리설’과 ‘상대론적 윤리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 쓰는 것이었다.

자연계 논술도 다르지 않다. 공통 과학 교과서에서 주제를 정한 뒤 물리, 화학, 수학 등 각 영역에서 이와 연관된 주제의 글을 제시문으로 출제했다. 이번 시험에는 빠졌지만 인문계 논술에는 국내 소설도 제시문으로 출제된다. 단, 시사 이슈는 출제하지 않는다.



○ 최악의 답안은?

기 위원장이 꼽는 최악의 답안은 2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제시문에 나온 문장을 적절히 ‘짜깁기’해서 쓴 답안. 제시문에 나온 잘 쓴 문장을 그대로 베껴 적으면 언뜻 잘 쓴 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채점 교수들은 이런 답안을 철저히 가려 낸다.

두 번째는 학원에서 외운 상투적인 배경지식을 그대로 외워서 쓴 답안. 이런 학생들은 학원에서 배운 것과 엇비슷한 주제의 문제만 나오면 맥락에 안 맞더라도 어떻게든 자신이 아는 예를 모조리 쓰려 한다. 이런 유형의 답안에는 결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기 위원장은 “잘 모르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가 아는 것만 논리적으로 써도 ‘D학점’ 대신 ‘B, C학점’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아직 논술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기출 문제를 연습 삼아 풀어 보라”고 권했다. 답안 쓰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계 논술 출제위원인 조도상(수학교육) 교수는 “남은 기간에 과학 주제를 다룬 신문 혹은 잡지 기사를 유심히 읽어 보라”고 조언했다.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를 설명한 기사가 이번 논술고사에 나온 것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과학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 글들을 읽어 두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연계 논술은 수능이나 학교 내신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지식을 요구하지 않아요. 그 대신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해서 실제로 그 현상이 왜,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조 교수)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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