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한국시집온 일본며느리 ‘효부상’

  • 입력 2007년 11월 1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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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를 정성껏 보살펴온 일본인 며느리가 효부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전남 여수시 화정면 안포리에 사는 요코 즈이히지(35·여) 씨.

요코 씨는 지난달 30일 화양면 나진초등학교에서 열린 ‘화양면 경로위안잔치’에서 화양면노인회로부터 효부상과 함께 부상으로 이불 한 채를 받았다.

노인들은 “한국 며느리도 하기 힘든 일을 일본 며느리가 해냈다”며 큰 박수를 보냈다.

일본에서 시집 와 여수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 4명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요코 씨를 축하해줬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이들은 노인들에게 북한노래 ‘반갑습니다’를 들려주며 흥을 돋웠다.

요코 씨는 1996년 일본에서 여수로 시집왔다. 결혼 당시 시부모는 심한 노환을 앓고 있었다. 특히 허리를 다친 시어머니는 아예 거동조차 못해 1년 넘게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힘든 집안일에 시부모까지 봉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요코 씨는 싫은 내색이나 불평 한마디 없었다.

3년 전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시아버지(87) 혼자 남았지만 요코 씨의 효심은 한결같다. 바깥출입 때는 항상 동행하고 바다 일을 하다가도 식사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상을 차려드린다.

이 마을 이치헌(40) 이장은 “10년 넘게 요코 씨의 효행을 지켜본 주민들이 ‘대단한 며느리’라며 효행상을 추천했다”며 “항상 웃는 낯으로 어른들을 대하고 살림솜씨도 야무져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남편인 정충용(36) 씨와의 사이에 아들 넷을 둔 요코 씨는 “어른을 공경하고 모시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 주민들이 너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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