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글로벌 캠퍼스 시대/계명대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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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보수적이라고요? ‘가족의 情’ 소중한 문화죠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요.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인가 짐작했죠. 살아 보니 나하고 정말 잘 맞는 거 있죠.”

뉴질랜드 출신으로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4학년인 케이티 베일리(25·여) 씨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처음 와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응원 인파를 보고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라는 감동을 받았다는 것.

2004년 계명대에 입학했지만 벌써 한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한국인보다 더 큰 측면이 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유럽과 뉴질랜드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일까.

그는 한편으론 동양적이면서도 다른 면으로는 ‘세계인’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16일 오전 이 대학 인터내셔널 라운지에서 만난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국 남자 대학생이오? 피곤할 정도로 의존적이어서 매력이 별로예요. 여학생에게 기대고 싶어 하고 부모에게도 그렇고. 이런 점은 독립심을 강조하는 서양적 생활방식보다 못한 것 같아요.”

옆에 있던 프랑스 출신 에릭 모탈(23·영어영문학과 1년) 씨도 “그건 그렇다. 대학생이면 독립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베일리 씨의 어머니는 대구시내의 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그렇지만 만나는 일은 별로 없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이상 독립심을 키워 혼자 힘으로 대학 생활과 진로를 개척하라는 게 어머니의 당부란다.

방송 쪽에 관심이 많은 그는 지역 방송에 종종 출연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틈만 나면 한의학이나 동양철학 관련 서적을 읽는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체질’을 바꾼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긴다.

그는 “내 몸이 차가운 체질이라는 것을 몰라 잔병치레가 많았던 것 같다”며 “한국에서 한의학 지식을 쌓은 뒤 음식을 다르게 먹고 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을 흔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을 보였다.

그는 “대구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가족의 정(情)이 무척 깊은데 이 같은 면을 그저 바꿔야 할 보수적 태도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대구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 모습은 그 자체로 존중할 만한 소중한 문화”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2월 졸업을 하면 대구와 한국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다부진 꿈’을 키우고 있다.

계명대의 유학생은 17개국 670여 명. 계명대는 베일리 씨처럼 한국을 깊이 이해하면서 세계무대로 진출하려는 ‘맞춤형 유학생’을 육성하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우선 2010년까지 외국인 학생을 전교생의 10%(2000명)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내년 완공 예정인 국제교육센터를 비롯해 외국인 학생 전용 기숙사 등 기반 여건도 좋은 편이다.

계명대는 올해 3월 ‘계명인터내셔널칼리지(KIC)’라는 단과대를 개설했다. 영어로 수업을 하는 글로벌 캠퍼스에 대비해 국제 무역과 관계, 정보기술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김신혜(영어영문학과 교수) 국제부장은 18일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이제 대학의 특성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며 “막연한 유학생 유치를 넘어 특화된 분야에서 유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빨리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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