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부담… 말 아끼는 法 - 檢 수뇌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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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에 이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증폭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21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 수뇌부는 정면 대응을 피하는 분위기다. 법-검 갈등 확대를 경계하고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확전의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검찰 “못마땅하지만”=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출근을 하지 않자 일선 검사들이 크게 술렁였다. 정 총장이 특별한 사유 없이 오전 내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은 1년 10개월의 재임 기간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즉각 검찰 내에서는 “정 총장이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 주사위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정 총장은 이날 오후 3시경 지친 기색으로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했다. ‘왜 출근이 늦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피곤해서”라고 짧게 답했다. ‘정 전 비서관 영장 기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정 총장이 오전 중에 ‘깊은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총수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도 법-검 갈등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법원이 만에 하나 우월의식을 갖고 있다면 버리고, 검찰도 압수영장 등 어려움이 있지만 자성할 부분이 있으면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법원 탓만 할 게 아니고, 법원도 인식을 좀 바꿔야 한다”며 “같이 노력해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 이날 대검 내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신 씨에 대한 영장 기각 직후 대검에서 잇따라 대책회의가 열린 긴박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간부도 “좀더 두고 보자”고 말했다.

▽말 아끼는 법원=법원은 신 씨와 정 전 비서관의 영장 기각에 대해 언급 자체를 꺼렸다.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이례적으로 공식 방침을 발표하면서 맞대응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대법원 관계자들과 다과회를 가졌지만 영장 기각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중심주의를 통해 법정에서 충분한 진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영장 문제에 대해 언급할 이유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일격을 가한 부산지법도 침묵을 지켰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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