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은 e메일 상당부분 ‘사적 감정’ 담겨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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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유공자 격려 오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위 사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 7월 17일 미국으로 간 신정아 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뿌리치며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경제  기자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유공자 격려 오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위 사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난 뒤 7월 17일 미국으로 간 신정아 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뿌리치며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는 10일 ‘가짜 박사’ 신정아 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변 실장과 신 씨의 관계를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했다.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본인(변 실장)에게 확인해본 결과 지금까지 해명한 내용과는 다르게 빈번한 연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변 실장은 그동안 줄곧 자신이 미술에 관심이 많아 신 씨를 알고 있었으나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말해왔다.

▽친분 이상의 관계=검찰은 4일 신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단순한 ‘친분 이상의 관계’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는 변 전 실장과 신 씨 사이에 최근까지 오간 300∼500여 통의 e메일과 또 다른 물건(사진 등)이다.

서울서부지검 구본민 차장은 “분석 중”이라며 e메일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적인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e메일의 내용 중 상당부분이 서로에 대한 연정(戀情)을 담은 연애편지 수준이라는 얘기가 검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입에 옮기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설명을 듣자마자 변 실장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한 것도 e메일 내용이 가져올 ‘충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 중이던 7월 초 변 실장이 현지에서 신 씨의 허위학력 사실을 처음 폭로한 장윤 스님에게 긴급히 연락을 취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 역시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신 씨는 7월 4일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내정돼 국내를 넘어 세계 미술계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신 씨는 6월 29일 장윤 스님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언론에 폭로한 뒤 언론과 문화계에서 자신의 학력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어떻게 가까워졌나=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많은 공통점이 있어 쉽게 친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변 실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화가 지망생이었다고 밝혀왔다. 또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화가로 경기 과천시에 개인 화실까지 두고 있다. 그림 수집 애호가로도 알려진 변 실장은 유명 미술전에는 빠지지 않고 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변 실장이 신 씨의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면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신 씨는 1997년 12월 금호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전격 발탁된 뒤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기획전을 여러 차례 열었다.

또 변 실장이 1998년경 국립현대미술관회가 주최한 현대미술아카데미를 수강했는데, 당시 강사 중 한 명이 신 씨였다. 이때 두 사람이 급격히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사 출신인 변 실장이 같은 대학의 미술사학과 박사 출신으로 알려졌던 신 씨에게 대학 동문으로서 각별한 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변 실장이 청와대 불교신자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 불교계의 중요 인물이었고 신 씨와 신 씨의 가족이 독실한 불교 신자인 점도 두 사람이 통하는 부분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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