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엔진 결함? 공군 전투력 공백 위기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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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충남 서산기지를 이륙해 야간 비행훈련을 하다 실종된 KF-16 전투기가 서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군이 22일 밝혔다.

2월 공대지(空對地) 사격훈련 도중 추락한 KF-16 전투기처럼 이번 사고도 엔진 정비 불량이 추락 원인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군 주력기의 총체적 정비 부실 파문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가 추락 직전까지 지상관제소와 교신을 하지 않아 조종사들이 하늘과 바다를 혼동하는 비행착각(vertigo)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체 잔해 발견, 조종사는 순직=공군 관계자는 이날 “해군과 해경, 주한 미 공군이 합동수색에 나서 태안반도 남쪽 19마일 해상에서 기체 일부와 조종석의 잔해를 발견했다”며 “사고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2명은 순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기의 앞좌석에는 박인철(27·공사 52기) 대위, 뒷좌석에는 이규진(38·공사 40기) 중령이 각각 타고 있었다. 공군은 23일 서울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순직 조종사들의 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사고 해상에는 구조헬기와 대잠초계기, 해군고속정 등이 투입돼 기체 잔해와 조종사 유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엔진 결함인가, 비행착각인가=공군 수뇌부는 이번 사고로 5개월 전 악몽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고기의 추락 원인이 2월 추락한 KF-16 전투기와 같이 엔진 정비 불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공군은 3월 사고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고기의 엔진 정비를 할 때 미 공군의 ‘시한성 기술지시서(TCTO)’에 따라 엔진 내 부품인 터빈블레이드를 교체해야 했는데 3년 전 정비사들이 교체작업을 하지 않아 이 부품이 파손돼 추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성일 전 공군참모총장이 자진 사퇴하고 정비 관계자들이 문책을 당했다. 또 국방부와 공군, 감사원이 모든 KF-16 전투기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을 벌인 결과 엔진 정비 불량의 심각한 실태가 드러났고 공군의 정비예산 전용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선 공군이 보유 중인 KF-16 전투기 130여 대 중 상당수의 엔진에서 심각한 정비 결함이 드러났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번 사고기의 경우 추락 직전까지 지상관제소와 교신을 하지 않은 점에서 다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 발생한 KF-16 전투기의 추락 사고는 모두 부품 파손이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엔진 고장이 원인이었는데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위급 사태를 알리는 교신을 한 뒤 비상 탈출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기는 추락 직전까지 별다른 교신이 없었고, 비상 탈출에도 실패한 것으로 추정돼 비행착각을 일으킨 조종사들이 기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엄청난 중력가속도 때문에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KF-16 전투기의 비행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어 영공 방어에도 적잖은 공백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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