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신정아 학위위조' 과연 몰랐나

  • 입력 2007년 7월 13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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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거짓말 행각으로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신정아(35·여)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위조를 동국대측은 과연 눈치채지 못했을까.

동국대측은 `당시로서는 의심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적어도 일부 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의혹을 이미 파악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5년 동국대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오모 교수를 통해 당시 홍기삼 총장에게 의혹을 전달하며 신씨의 특채를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 동국대 교수회의 얘기다.

당시 예술대학 교수들은 예일대 한국인 유학생들과 미술계 관계자들 등을 통해 신씨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위조된 것이라는 정황을 확보했으나 학교측은 `검증해 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신씨 특채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동국대가 2005년 9월 학위취득 사실조회 요청을 캔자스대와 예일대에 등기 항공우편으로 보내 놓고도 수취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을 낳고 있다.

캔자스대에서는 신씨의 학사·석사학위에 관해 아무런 회신이 오지 않았으나 동국대는 경위를 알아보기는 커녕 제대로 배달됐는지 등기 조회를 해 보지도 않았다.

동국대측은 이에 대해 "신씨가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 명의의 박사학위 취득 확인서를 제출했고, 이것이 진짜라는 내용의 회신(위조된 것으로 밝혀짐)이 팩스로 도착했으므로 학사·석사 확인은 필요 없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올해 2월 동국대 이사회에서도 신씨의 학력위조·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됐으나 학교측은 별도 검증에 나서지 않고 타당한 의혹 제기를 `허위주장'으로 몰아 의혹을 제기한 이사를 5월 하순 해임했다.

당시는 한국미술협회의 모 이사가 올해 4월 초순 신씨의 가짜 학위논문의 명목상 지도교수인 예일대 미술사학과 교수로부터 "그런 학생이나 그런 논문은 들어 본 적도 없다"는 이메일을 받는 등 결정적인 증거가 이미 나온 상태였다.

그러나 이상일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추가 검증 시도조차 하지 않고 5월 이사회에 출석해 "신 조교수의 박사학위 진위에 대해 여러 가지 검증방법을 거쳤으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됐다"고 발언해 의혹 제기자가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데 일조했다.

임용택(법명 영배) 동국대 이사장은 신정아씨 의혹이 미술계와 불교계에 일부 알려지자 이달 2일 간담회를 열어 "공식적이고 적법한 채용 절차와 확인을 거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동국대측이 2005년 9월에 했다는 허술한 `검증'을 내세우며 신씨를 감싸 왔던 배경이 과연 자체 조사에서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미술계에서는 `신씨가 평소 영남 모 지역 명문가의 외동딸이라고 과시하기를 좋아했다'는 지인들의 전언과 함께 채용 과정을 둘러싼 온갖 미확인 소문이 돌고 있어 동국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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