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놈의 입시 통제’ 때문에 속 타는 高 1, 2, 3

  • 입력 2007년 6월 13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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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 2, 3년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입시만 생각하면 속이 바짝 타들어 간다. 입시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대학의 전형 방식이 오락가락하는 판이라 수험생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가 거듭 공언했던 대로 ‘내신 위주 입시’가 될지도 의문이다.

몇몇 대학들은 올해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4등급 이상을 모두 만점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내신 무력화’로 받아들인 교육인적자원부의 강력한 제재 방침에 대학들이 한 발 물러섰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 내신 성적만 좋으면 얼마든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부 발표만 믿고 그동안 내신에 공을 들였던 학생들은 입시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혼란스러운 건 내신뿐이 아니다. 정부는 수능시험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예고했으나 올 입시에서 오히려 수능시험 위주의 선발을 늘리는 대학이 많아졌다. 일부 대학은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거라고 내비친다.

도대체 어떻게 입시를 준비하라는 건지 학부모들은 분노가 치민다. 등급제로 바뀐 수능시험 역시 점수가 왜곡되는 현상이 불가피해 수험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려했던 ‘로또 입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내신 수능시험 논술 세 영역에 모두 대비하느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만 훨씬 늘어났다. 같은 제도로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 1, 2년생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정부의 입시 통제에 있다. 입시를 대학에 맡기면 다양한 선발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은 각자의 능력에 맞춰 입시를 준비하면 된다. 정부가 변별력이 떨어지는 내신 비중을 높일 것을 강요하면서 강력한 통제 정책을 펴는 바람에 대학들이 규제를 피해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다 보니 이런 혼란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신 반영을 줄이는 대학에 대해 정부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입시는 입시이고, 지원은 지원이다. 국민 세금을 구시대적인 입시 통제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관(官) 주도형 대학입시 제도로는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어렵다. 인재 양성이 곧 국력인 21세기를 맞아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입시를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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