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사회명사 선배 80명과 멘터링 서울고등학교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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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원 현원종합건설 사장(왼쪽)과 강대신 정원종합산업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초3동 모교인 서울고에서 후배 학생들과 학창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현정원 현원종합건설 사장(왼쪽)과 강대신 정원종합산업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초3동 모교인 서울고에서 후배 학생들과 학창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교과서에서 얻지 못한 삶의 가르침을 선배들께 배웁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서울고 교정에서 희끗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넘겨 빗은 두 노신사와 이 학교 학생 3명의 즉석 수업이 열렸다. 노신사가 서울 경희궁터에 있던 옛 교정의 추억과 학창 시절을 얘기하자 학생들은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웃었다. 소중한 인생의 격언과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학생들의 눈빛엔 존경심이 가득했다. 》

“자신만의 꿈이 있다고 공부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고교 시절에는 꾸준히 지식을 쌓고 감성을 길러야 사회에 나가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두 노신사는 40여 년 전 학교를 졸업한 강대신(63·15기) 정원종합산업 대표와 현정원(61·17기) 현원종합건설 사장. 이들은 지난해 4월 재학생 후배들과 멘터링 결연식을 한 뒤 한 달에 두세 번 진로와 학창 생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강 대표는 “늘 꿈을 꾸며 살라고 당부한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에 들러 후배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체육교사를 꿈꾸는 3학년 김대열(18) 군은 “선배들의 충고와 격려에 힘이 난다”면서 “스포츠마케팅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멘터링은 어떤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1 대 1로 조언과 상담을 해주는 제도. 서울고는 총동창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개교 6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열린 첫 멘터-멘티 결연식에는 유철수(8기) 고려대 명예교수, 송광수(19기) 전 검찰총장 등 정치 법조 경제계에서 활약하는 동문 40명이 멘터로 선정됐다.

올 4월에는 신두병(7기) 한국외교협회 정책위원장, 심재륜(14기) 전 대구고검장, 김종성(16기) 안진회계법인 대표, 김용담(18기) 대법관, 남영우(21기) LG 부사장 등 40명이 멘터로 나섰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를 원하는 학생을 한 명씩 맡아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씩은 식사를 같이 하거나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조언자 역할을 맡고 있다.

김명인(18) 군은 “언제든 선배님께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면서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친절하게 조언해 주신다”고 말했다.

새 교정에 낯설어 했던 동문들은 재학생 후배를 만나면서 모교를 더욱 아끼게 됐다.

특별강연과 소모임으로 학교를 찾는 횟수가 늘어났고 64억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았다. 서울고는 이 기금을 장학금과 학생 연수, 멘터링 프로그램 등 장기 발전계획에 쓸 예정이다.

학교와 동문들의 노력은 면학 분위기 조성에도 한몫을 했으며 재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 줬다.

도서관과 독서실을 새로 짓고 교내 논술 영어 제2외국어 경시대회를 개최하는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서울고의 서울대 진학생 수는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19명으로 껑충 뛰었고 야구부는 5월 대통령배 야구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고 이규석 교장은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이 학생들에게 교과서보다 생생한 살아 있는 교육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선후배 간 만남을 자주 가져 선배를 본받고 뛰어넘을 수 있는 후배들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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