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양극화대책의 오류’ 지적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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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경제 침체… 되레 극빈층 늘릴 위험”

상하위 계층의 ‘절대적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떨어뜨려 오히려 절대 빈곤층을 늘릴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가 성장하면 절대적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소득 격차를 줄이려 하기보다는 극빈층, 즉 절대빈곤층을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21일 내놓은 ‘소득 불평등도와 양극화, 오해와 실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책 목표로서의 양극화 해소는 그 개념을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이 같은 지적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고서 작성자인 유경준 KDI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소득 양극화의 개념은 외국에서 쓰이는 ‘극화(極化·polarization)’라는 말과 ‘절대적 소득 불평등도’라는 말이 혼재된 것”이라며 ‘양극화’라는 용어의 개념에 상당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 소득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평균소득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성장 따른 격차를 양극화로 오해”

가령 10년 전 150만 원의 월급을 받다가 올해 300만 원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 A 씨와 같은 기간 월급이 3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오른 전문직 근로자 B 씨의 월급 격차는 2배로 커졌지만, 두 사람 모두 절대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KDI 보고서는 “한국인들은 지니계수로 대표되는 ‘상대적 소득 불평등도’보다 금액으로 나타나는 절대적 소득 격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양극화의 개념에 혼선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에 따라 전체적 경제의 수준 향상으로 생기는 격차까지 양극화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이어 “오히려 한국에서 최저 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가구의 비율인 ‘빈곤율’이 2002년 이후 정체 상태에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국내외 사례를 분석해 볼 때 절대적 소득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절대 빈곤층을 늘릴 수 있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성장도 복지만큼 중시해야 하며 분배 정책의 목표는 절대 빈곤의 감소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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