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제 답이 왜 틀렸나요?”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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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한 주를 꼬박 리포트 채점에 매달려야 했다. 수강생들에게서 받은 리포트를 되돌려 주기 위해서다. 리포트엔 무엇이 잘 됐고 잘못 되었는지 이유가 빼곡히 적혀 있다. 김 교수는 “한 명 한 명마다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요즘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채점 때문에 고민하는 교수가 부쩍 많아졌다. 과거 중간고사나 리포트는 교수들이 기말 성적 합산을 위해 활용하는 내부 자료였다. 이제는 다르다. 평가의 근거를 요구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리포트가 더는 교수들만의 ‘X파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세대 문과대, 법대 학생회가 ‘답안지 및 리포트 돌려받기 운동’을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은 이래 서울 각 대학에 경쟁적으로 퍼져 나갔다. 서울대 총학생회에선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된 바 있고 경희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문과대학생회 등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학교 측의 권고사항이라 강제력은 없다. 고려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과대 부학생회장 김소윤(일어일문학 3년) 씨는 “다음 학기에는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임용기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현실적 행정 여건상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대학처럼 교수당 수강생 수가 적으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학생 수가 수십 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다”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해 ‘운동’의 첫 기치를 올린 연세대의 경우 교수의 참여도가 낮아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윤정(연세대 독문과 4년) 씨는 “답안지를 돌려받았지만 원했던 서술형 답안지가 아니라 단답형 답안지만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는 “시험 답안지를 채점해 학생들에게 나눠 줬더니 점수가 낮은 학생들은 일찌감치 포기해 학점 양극화가 이뤄지더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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