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논술 문제 유형별 접근(3)찬반 논의형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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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 제시하면 완벽

논술 문제의 또 다른 기본 유형은 ‘찬반 논의형’입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이 등장할 때는 자신의 논거를 제시하면서 논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건설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에 따라 문제 해결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처럼 쟁점을 놓고 찬반 논의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핵심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논술에서도 기본 유형으로 인정됩니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에서도 해결책 제시형 글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찬반 논의형 글입니다.

찬반 논의형은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쟁점을 주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도록 요구하는 문제이지만 꼭 둘 중 하나만 택하도록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여러 입장 중 하나를 택하게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입장 선택형’이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 찬반 논의형 문제의 다양한 예

찬반 논의형 문제는 단독으로도 자주 출제되어 왔지만, 통합교과형 논술에서는 비판적 평가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에 많이 출제됩니다. 2월 말에 시행됐던 모의 논술의 예를 들어볼까요. 연세대의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하여 찬반 논의를 펼치는 전형적인 문제가 같이 출제되었습니다.

(문제2) 서로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를 제시한 제시문(나), 제시문(다) 가운데 본인은 어떤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시오.

서울대의 경우도 볼까요.

(문항2의 논제2) 각 제시문의 핵심적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시오.

(문항3의 논제2) (앞부분 생략) 한 학생이 폭력범죄에 미치는 게임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행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하였는데, 그 중 990명이 게임에 중독됐거나 중독될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게임이 청소년 폭력범죄의 주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논제 1에 근거하여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시오.

서울대의 경우 두 문항에서 두 번째 논제로 반론을 제시하거나 비판하게 하는 문제를 주었습니다. 반론을 제시하거나 비판하는 문제도 찬반의 방향을 완전히 열어놓지 않고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지 사실은 찬반 논의형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찬반 논의형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출제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다음과 같은 문제는 어떤 유형일까요.

(예) 여성 할당제의 의의와 한계를 논술하시오.

이 문제도 찬반 논의형 문제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경우 여성할당제의 의의가 무엇이고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만 충실히 메워서는 부족합니다. 여성할당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여성할당제에 대해 긍정적이라면 전체적으로 한계보다는 의의가 더 부각되어야 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려면 의의보다 한계가 더 부각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점과 단점, 순기능과 역기능을 논의하라는 문제도 마찬가지로 찬반 논의형 문제의 변형으로 보고, 자신의 평가와 입장이 드러나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찬반 논의형 문제 접근법

찬반 논의형 문제에 접근할 때에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장을 대충 정하지 말고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서 빠짐없이 검토한 다음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찬반의 경우에도 단순한 찬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강하게 찬성 혹은 반대할지를 생각해서 적극 찬성과 조건부 찬성, 적극 반대와 조건부 반대 정도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입장을 선택할 때에는 적절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상대에 대한 대응을 포함시켜 주면 좋습니다. 우선 상대 입장이나 예상되는 반론을 논박하면 내 주장이 더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옳다’는 것만 확보해도 논의가 성립하지만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까지 가게 되면 완벽한 정당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의 타당한 점을 슬며시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편협한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 서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의 논의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습니다.

찬반 논의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생겨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 혹은 전망을 추가로 간략히 언급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만일 어떤 입장이나 제도에 찬성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해결할 대책을 밝혀 주고, 어떤 입장이나 제도에 반대할 경우 대안적인 입장이나 제도를 제시해 주면 논의의 완결성이 더 커집니다. 문제 해결을 겨냥하는 글인 논술에서는 이런 내용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해서 요구사항에서 어긋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주요 요구사항은 아니므로 가볍게 다루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찬반 논의형 문제의 경우 두괄식 구성을 즐겨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점자는 무엇이 먼저 궁금할까요. 당연히 학생이 어떤 입장을 선택했는지가 먼저 궁금할 것입니다. 또한 학생이 선택한 입장을 먼저 알아야 그 다음에 나오는 논거가 얼마나 적절한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점자의 관심을 고려할 때, 두괄식 구성을 해서 자신의 결론적 입장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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