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과학카페]웃으면 건강이 온다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코멘트
일요일 저녁에 ‘웃찾사’, 이어서 밤에 ‘개그콘서트’를 보며 한바탕 웃고 나면 다음 한 주를 즐겁게 보낼 수 있어 살맛이 난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사람은 생후 4개월쯤부터 웃기 시작한다. 사람이 웃는 이유를 설명한 이론은 백 가지가 넘지만 정답이라고 할 만한 이론은 아직 없다.

대표적인 것은 우월 이론과 부조화 이론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안한 우월 이론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감정을 느낄 때 웃음을 터뜨린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타인의 불행을 한껏 즐기면서 웃는다고 설명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의 하찮은 결점에서 우스꽝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웃는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사람들은 타인을 내려다보며 자부심을 느낄 때 웃는다는 것이다. 한편 부조화 이론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융합하려 할 때 웃음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이마누엘 칸트는 ‘팽팽한 기대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뀔 때’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 웃음은 사람을 묶어 주는 사회적 접착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이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랑우탄, 침팬지 등 유인원이 사람처럼 소리를 내진 않지만 웃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랑우탄은 간지럼을 태우면 씩 웃으면서 낄낄거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 웃음학(gelotology) 연구진들은 유인원과 인류가 공통의 조상을 가진 친척이므로 인간의 웃음이 간지럼에서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어린이에게 간지럼 태우기는 일종의 놀이이다. 아이들은 서로 간지럼을 태우는 놀이를 하면서 웃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웃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인물은 미국 심리학자인 로버트 프로빈 교수이다. 그는 2000년 인류 역사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을 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무엇이 그들을 웃기는지 관찰하여 놀라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발생하는 웃음의 80% 이상이 유머(익살스러운 농담)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얘들아 다음에 만나자”라든가 “어떻게 지내세요?” 따위의 전혀 웃기지 않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웃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머가 담겨 있다고 판단되는 말에 의한 웃음은 20%에 불과했다.

프로빈 교수는 사람이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번 정도 더 웃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웃음에 전염성이 있다는 뜻이다.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과 있을 때 더 길게 더 큰 소리로 웃고, 여자들은 남자가 있을 때 더 자주 더 높은 소리로 웃는 경향이 있다. 프로빈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 웃음이 사람을 묶어 주는 사회적 접착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컨대 웃음은 사람들에게 협동을 촉진시킨다. 우리는 함께 웃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신뢰를 보낸다.

○ 스트레스 호르몬 막고 면역세포 증가시켜

웃음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웃음 연구진들은 우리가 웃을 때 몇 가지 건강에 유리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고했다. 먼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이를테면 코티졸과 에피네프린의 수준이 감소한다. 코티졸은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부신(副腎)에서 분비된다.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역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에서 다량으로 분비된다. 웃음은 이러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므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한 웃음은 면역세포의 생산을 증가시키며, 피와 침 속에서 항체의 수를 높여 준다. 면역세포와 항체는 병원균 따위의 침입물질을 몸 밖으로 배제하여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니체는 “세상에서 인간보다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삶이 여러분을 괴롭힐지라도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힘이 솟구칠 테니.(끝)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