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3중고 심화… 언론 과장 아니다”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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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대입제도가 수험생에게 3중고를 주고 사교육을 늘리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보고서가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교육혁신위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마련에 참여한 기관이다.

교육혁신위 전문위원이었던 안선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11일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의 2008학년도 전형계획 분석 및 정책 조정 방향 보고’라는 현안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이 이날 공개한 17쪽짜리 보고서는 2004년 교육혁신위 1기와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이후 사교육비가 늘고 학생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비율 확대 방침을 세우고 대학에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도록 요구한 것이 내신 사교육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내신 대비는 고교 3년 내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내신 비중 확대는 사교육비를 대폭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내신 비중 강화와 9등급제라는 상대평가 체제로 인해 학생 간 과열 경쟁과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핵심 사항인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제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보고서는 “수능을 등급화하든 자격기준으로 활용하든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한 수험생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수능 등급제는 정책 의도와 달리 주요 대학의 논술 비중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대입제도는 학생부, 수능, 논술·면접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3중고인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심화시켰다고 이 보고서는 비판했다.

또 “3중고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은 극히 사실적인 것으로 결코 언론의 과잉보도 때문이 아니다”며 “이런 불만은 참여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교육당국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2007년 대선 시기에 참여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서울대 입시안 방향이 나온 2006년 10월경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실의 요청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해 내부 보고를 거쳐 담당 행정관에게 보고했다”면서 “교육혁신위 1기가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 혁신위가 공식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혁신위의 오순문 운영총괄팀장은 “해당 문건은 안 위원이 작성한 것으로 교육혁신위가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으며 교육혁신위의 공식 방침과 무관하다”면서 “청와대에 이 보고서가 보고됐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08 대입제도 쟁점과 부작용
쟁점대입제도 주요 내용문제점
학생부(내신) 비중 확대점수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원점수+석차등급제’의 상대평가 도입 ―내신 대비가 3년 내내 이뤄져 사교육비 증가
―상대평가로 과열 경쟁 및 학생들의 노예화
―고3 시기의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해 자퇴 및 검정고시생 증가
수능 등급화백분위, 표준점수 없애고 9등급만 제공―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 않음
―같은 등급이 무더기로 나와 변별력 상실
―대학의 논술 비중 확대 초래
논술 규제논술 가이드라인 제시―통합 논술 형식으로 실질적인 난도가 높아짐
―고교의 준비가 부족해 논술 사교육 팽창
종합: 학생부, 수능, 대학별 고사의 3중고 심화
2005년 이후 사교육비 급증으로 국민 불신 증가
다양한 전형 방식을 도입하려는 대학의 자율성 제약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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