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까지 첫 황사경보… 숨막힌 휴일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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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교정을 찾은 시민들이 황사를 피하기 위해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가린 채 걸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교정을 찾은 시민들이 황사를 피하기 위해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가린 채 걸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사상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춘 황사였다.”

기상청 태풍황사연구팀장인 전영신 박사는 1일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30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로 이번 황사의 강도가 셌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가장 높은 단계의 황사로 규정하는 ‘매우 강한 황사’의 기준이 m³당 800μg임을 감안하면 이번 황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황사는 드물게 나타나는 유형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황사는 몽골∼중국을 거쳐 서북쪽에서부터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지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황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영남지역에 가장 많은 흙먼지를 뿌렸다.

전국 황사경보 발령

지난달 29일 몽골 서쪽에서 일어난 황사가 중국 네이멍구에서 한 차례, 만주에서 한 차례 더 일어나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먼지를 안고 북한을 거쳐 내려왔기 때문이다. 1일 서울의 황사는 중국 베이징(北京)보다도 더 강했다. 그나마 만주 쪽에서 약간의 비가 뿌려서 황사의 강도가 조금 약해졌다는 것. 중국 기상당국이 당초 한반도 쪽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을 정도로 변화무쌍해 예측도 쉽지 않았다.

부산과 대구 제주 등 남부지방까지 황사경보가 내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에 ‘매우 강한 황사’가 나타난 것도 2002년 3월 21∼22일 등에 이어 4번째였다. 기상청은 2일 오전부터는 황사가 조금씩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황사가 지나간 뒤에도 대기 중 오염물질이 그대로 남아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전 박사는 “특히 대기가 정체될 때 생기는 안개까지 겹치면 위험하지만, 다행히 2일 안개 예보는 없다”고 말했다. 4월 첫 휴일을 덮친 황사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해 1일 전국의 도심과 유원지 산 등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경남 진해군항제와 ‘창원시민 걷기대회’, ‘거제 대금산 진달래축제’ 등 각종 행사의 관람객과 참가자들도 심한 황사로 불편을 겪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사 피해 줄이려면…

전용 마스크 착용하고 귀가후엔 손발 씻어야

황사에는 실리콘 구리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이 들어 있어 눈병,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심장질환, 폐질환 환자의 경우 심하면 황사로 인해 숨질 우려도 있다.

황사가 오면 가급적 야외 활동을 삼가고 집의 창문을 닫아 놓아야 한다.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해 황사 먼지가 체내로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한다. 일반 마스크보다는 먼지를 잘 차단해 주는 황사전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외출했다 귀가하면 평소보다 꼼꼼히 세수하고 양치질을 해서 얼굴과 입안의 황사를 씻어내야 한다. 눈이 따끔거리거나 간지럽다면 손으로 비비지 말고 식염수를 눈에 흘려 안구를 씻어내야 한다.

황사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높이려면 물을 자주 마셔 먼지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기도, 기관지의 섬모가 마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녹황색 채소, 비타민 C나 E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게 좋다. 클로렐라와 돼지고기는 몸속 중금속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에 황사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전국 황사경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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