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세계를 배워 오라” 인재株 집중투자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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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전문가 육성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중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과 미국 영국 등 선진 금융 국가의 주요 대학, 또는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4년 동안 학비를 지원하는 게 프로그램의 골자다.

미래에셋은 2015년까지 연간 50억 원씩을 투자해 총 300명에 이르는 국제적 금융 인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러한 장학 사업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인재론’에서 비롯됐다.

박 회장은 최근 “한국의 금융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의 육성이 필수적”이라며 “자본은 커지는데 이를 운용하는 인력이 똑똑하지 못하다면 재앙을 입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내 증권업계가 세계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 인재의 채용과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 지역별 특화 인력을 확보하라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라 중국 전문가의 채용과 육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까지는 미국 대학 출신 MBA만을 선발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MBA를 선발할 예정이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금융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은 “향후 전체 신규 직원의 약 10%를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직원으로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중국 금융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명문대인 CEIBS(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푸단(復旦)대, 상하이교통대 등에서 MBA를 원하는 직원을 뽑아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과의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증권은 올해 우즈베키스탄 출신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등의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를 본격화했다”며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사업을 위해 한국에 유학 온 현지인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해외 현지법인에서 채용된 외국인 글로벌 전문가와 국내 법인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해 직원들의 글로벌 감각을 키워 나간다는 장기 플랜을 세웠다.

○ ‘맞춤형’ 인재로 키워라

삼성증권 IB사업본부 맹학남(40) 차장은 2년 전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중간 관리자 육성 과정인 ‘EMBA’를 다녀왔다.

맹 차장은 “MBA과정 1년 동안 거의 매주 수요일이면 세계적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강의를 들으면서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며 “전문 지식뿐 아니라 세계 50여 개 기업에서 온 동창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는 그룹 차원에서의 글로벌 리더 육성 과정뿐 아니라 해외 법인과 사무소가 있는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중국의 상하이 등에 1년 동안 파견하는 ‘글로벌 전문가 프로그램(Global Expert Program)’이 있다.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연간 단위로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보충할 수 있는 교육 스케줄을 짠다”며 “‘삼성증권 아카데미’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증권연수원에서 실시하는 ‘IB MBA 과정’, ‘선진국의 자산 관리’ 등을 손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금융계 회사로는 특이하게 글로벌 감각의 정보기술(IT)을 익힐 수 있도록 미국의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해외 IT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증권은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미래성장사업’을 정해 6개월 동안 집중 교육하는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증권은 “올해 선정된 미래성장 사업부문은 IB와 주식운용”이라며 “직원 11명을 선발해 6개월 동안 사내외 교육을 한 뒤 현업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베트남에 증권사 설립해 세계로 도약”▼

“되도록 빨리 베트남에 증권사를 설립해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종합 증권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이후 제2, 제3의 지역에도 진출해 아시아의 주요 증권사로 발돋움하겠습니다.”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투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외눈박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증권이 지난해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 베트남에 진출하고, 이후 베트남펀드를 선보여 국내에 베트남펀드 바람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최근 실시한 조직 개편에서 그는 해외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신사업 추진실을 ‘신사업 추진본부’, 국제영업부문을 ‘국제본부’로 각각 승격시켰다.

유 사장은 “해외 유수 대학의 MBA 이수자를 선발하고, 현재 시행 중인 국내외 MBA 정원을 늘리는 등 글로벌 인재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사장 “國富 키워 줄 금융의 삼성전자 되겠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금융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로 나서지 않으면 한국은 외국계 회사의 마케팅 장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업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합니다.”

구재상(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한국 금융업의 세계화를 강조했다.

미래에셋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떠오르는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운용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중 절반 이상이 2개 국어를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바로 투입돼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죠. ”

미래에셋 홍콩법인의 글로벌 리서치센터 직원도 지금은 20여 명이지만 앞으로 1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구 사장은 “글로벌 경영을 통해 ‘고객의 부(富)’뿐 아니라 ‘나라의 부’를 고민할 수 있는 투자 전문 그룹이 되고 싶다”고 했다.

▼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유망 시장 공략”▼

뉴욕 런던 홍콩 상하이 도쿄(東京)에 이미 네트워크를 갖춘 현대증권은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지완(사진) 현대증권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비싼 수업료를 내며 첨단 금융기법을 익히고 노하우를 축적해 상품설계와 영업모델을 만드는 데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해외에 진출할 때 국가별 특성을 파악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식거래 규모가 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나라에서는 증권업을, 자원이 풍부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개발이 활발한 국가에서는 자산운용업이나 은행업을 추진한다는 것.

직원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 내기 위해 다양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년 직원을 선발해 미국 미시간대의 글로벌 MBA, 카이스트의 MBA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업 차례입니다. 한국 금융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신임 과장 100여 명 매년 해외연수”▼

“매년 직원을 선발해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의 MBA 과정을 이수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中歐國際工商學院·CEIBS), 푸단대 등의 국제 MBA 과정 파견 대상자도 뽑고 있습니다.”

박종수(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원과 지점장, 팀장은 서울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의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쳐야 하며 신입사원 단기 중국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신임과장 100여 명은 매년 해외연수를 떠난다.

“직원들을 금융권 최고의 인재로 육성해 세계 무대를 누비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증권은 뉴욕 런던 홍콩 등 3개 현지법인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기존의 상하이 사무소 외에 베트남 싱가포르에 출장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유명 기관의 신용평가도 받을 생각입니다.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증권사가 되겠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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