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不’ 대학 ‘3許’… 정면 충돌 조짐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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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이어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까지 나서 3불정책 폐지를 요구했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서 대학 자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불은 참여정부의 근간=교육부는 과도한 사교육과 사회계층 간 갈등, 학교 서열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3불(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을 참여정부 대입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대학자율화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3불정책은 논의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한 상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3불정책 폐지를 권고하는 등 대학 자율화 요구가 봇물이 터진 듯 이어지고 있다. 획일적 입시 규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하향 평준화를 가져와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학의 존립을 위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폐지-고수 논란=교육부는 22일 “3불정책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학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약”이라고 밝혔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사교육비 증가와 고교 서열화로 계층 간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든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2004년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해 특정 고교에 혜택을 주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며 행정·재정적 제재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주요 대학들이 논술을 지식 평가 위주로 출제하지 못하도록 논술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사교육을 막겠다며 본고사를 금지했지만 오히려 사교육이 더욱 번창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통해 공정한 평가방법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이 있고 대학 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명문대에는 기여입학 수요가 몰리겠지만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대는 이런 수요가 적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대학들 왜 지금?=대학들은 3불정책을 거역하면 연구비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개별 대학 차원에서는 자제해 왔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고 대선 국면을 활용해 협의회 차원에서 사립대의 주장을 관철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1당인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3불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를 취해 왔고, 대선 후보군도 표를 의식하면 대학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에서다. 실제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대선 후보들에게 3불정책 폐지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3불정책이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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