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판중심주의 핵심은 정확한 공판조서”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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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7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 이후 빚어진 공판조서 허위 작성 논란은 3개월 만에 다시 열린 15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임의로 공소장을 변경하고 이를 위해 공판조서를 실제와 다르게 정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는 공소장 변경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매듭지었으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판조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소장 변경, 요구도 동의도 없었다”=15일 공판에서 검찰 측은 “8회 공판 기일(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의 공판조서에는 검찰 의견서의 공소장 변경 요구에 의해서 공소 사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공소장 변경은 실제상황과 달리 진술돼 있어 이의를 제기한다”고 문제 제기했다.

12월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적도 없었고, 동의를 한 적도 없다는 게 검찰 측이 법정에서 밝힌 내용이다.

조 부장판사는 1월 22일 본보가 공판조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자 “검찰과 변호인의 동의에 따라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고 실제 법정에서 오가지 않은 말을 공판조서에 기재한 것은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부장판사는 나중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고, 이날 공판에서도 “의사소통의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의 책임이야말로 법정에서 의사소통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라며 “검찰이 ‘실제상황과 다르다’고 지적할 정도라면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검찰은 다음 공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할지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 형사소송법은 공소장 변경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해 놓고 있고,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도 검사에게 요구하도록 돼 있다.

새로 주임검사가 된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다음 공판 때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는 만큼 충분히 생각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조서는 공판중심주의의 대전제=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판조서의 정확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판조서가 정확하게 기록돼야 한다는 것은 대법원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공판중심주의의 중요한 전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5일 전국 수석부장 판사 회의를 소집해 ‘공판조서의 정확한 기재를 위한 방안’을 놓고 논의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공판조서 허위 작성 의혹에 관한 언론보도가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의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증인신문조서를 사건 관계인에게 전달한 뒤에 조서를 고쳐 재판부가 공문서위조혐의로 고발된 일도 있었고, 일부 사건 당사자들은 공판조서의 정확성을 의심해 법정에서 재판 진행 상황을 몰래 녹음하는 일도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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