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망가진 백제 혼… 조상님 죄송합니다”

  • 입력 2007년 3월 14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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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었고 부끄러웠다.”

이완구 충남지사가 주말인 10일과 11일 백제문화의 본거지인 공주와 부여를 몰래 돌아 본 뒤 유적지 관리 실태에 대해 기자들에게 토로한 소감이다.

이 지사는 문화해설사 1명만 데리고 공주 공산성∼송산리 고분(무령왕릉)∼동헌∼공주박물관∼고마나루∼석장리박물관∼부여 백제역사재현단지∼부소산∼고란사∼부여박물관∼정림사지를 돌아봤다.

그는 우선 공산성에 오르면서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복원이 눈에 거슬렸다고 말했다. 등산로는 시멘트로 포장됐고, 성벽 일부도 시멘트로 복원됐다.

공주박물관과 석장리박물관의 소장 유물 중 일부는 중앙박물관에 있어 볼 수 없었다. 석장리박물관장은 전문가가 아닌 건축직 6급 공무원이었고 석장리 유적을 발굴하고 박물관을 세우는 데 공헌한 인물과 발굴 과정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

백제역사재현단지는 역사박물관과 왕궁의 위치가 어울리지 않았고, 백제의 숲은 제대로 고증이 됐는지 의문이었다.

부소산 낙화암 아래 고란사 약수터는 철창이 가로막고 있고 사찰은 멋대로 보수한 탓에 고풍스러움을 잃었다. 사찰이 주변의 유물을 허가도 없이 발굴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 지사는 “백제문화는 공주와 부여는 물론 충남을 지탱하는 힘인데 그동안 중앙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소홀히 했다”며 “중앙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앞으로 10년간 지역발전특별회계로 2000억 원을 백제문화의 진수를 발굴하는 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또 4월에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 문화재청, 학계 등의 백제문화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 향토사학자, 관광안내원, 주민 등이 참석하는 백제문화 정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도록 했다.

충남도는 그동안 백제문화재현단지 조성 등에만 행정력을 쏟아 왔을 뿐 정작 백제 역사문화의 진수를 발굴하고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이도학 교수는 “백제는 삼국 가운데 가장 강대국으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중국과 일본으로 많이 진출한 국제화된 나라였지만, 멸망 당시의 상황 때문에 패배주의적 사관이 주류를 이뤄 왔다”며 “이번 토론이 본래 백제의 국풍과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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