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수학 오디세이]사랑을 위한 수학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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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흥미로운 남녀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원형이 거의 완벽하게 유지되어 있는 유골들은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되었던 이탈리아의 베로나 서남쪽에 위치한 만토바 시 부근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두 팔로 서로를 감싸고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모양으로 발견된 이 유골에 대하여, 발굴 책임자인 엘레나 메노티 씨는 5000년에서 6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5000년 전 사망 추정 껴안고 누운 연인 유골 발견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5000년 동안 포옹하고 있던 유골들의 치아 상태로 보아 30세 전후에 사망한 남녀인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더욱 정확한 사망 연령과 매장 기간 등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이 어느 시대 것인지 밝혀내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측정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탄소 연대측정법, 칼륨-아르곤 연대측정법, 루비듐-스트론튬 연대측정법 등 대략 10가지 반감기를 이용한다.

반감기란 방사능에서 방사성 물질의 원자핵이 입자와 에너지를 방출해서 자발적으로 다른 종류의 원자핵으로 변하여 원래 양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방사성원소의 반감기에 의한 방법 중 500년에서 5만 년 사이의 연대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방사성 탄소(¹⁴C) 연대측정법이다. 이것은 반감기가 약 5730년인 방사성 탄소가 질소(¹⁴N)로 붕괴되는 것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지구상의 생태계에서 일반적인 탄소(¹²C)가 순환하는 시간이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체들이 갖고 있는 탄소는 두 가지 탄소의 비율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이용한 이 방법은 미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엄 리비가 1946년에 개발하였고, 그는 이것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탔다.

방사성 탄소는 지구 대기에 있는 질소와 중성자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분자와 섞인 방사성 탄소는 지구의 생태계에서 순환하게 된다. 즉 녹색식물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 공기 중 방사성 탄소가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식물로 들어간 방사성 탄소는 이 식물을 먹은 동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여,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을 통해 지구상의 동물로 이동한다. 방사성 탄소는 몸속에서 서서히 붕괴되어 그 양이 감소하지만, 감소된 양은 공기와 먹이를 통해 다시 보충된다. 그러나 유기체가 죽으면 방사성 탄소의 공급은 끊기게 되어 유기체의 조직에 있는 방사성 탄소의 양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결국 방사성 탄소는 5730년 동안 자연적으로 붕괴되어 양이 반으로 줄어든다. 방사성 탄소의 붕괴는 일정한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 유기체에 남아 있는 탄소의 양을 측정하면 유기체가 죽은 연대를 알 수 있다.

○미분 이용해 방사성 탄소 양 변화 풀어 유기체 연대 측정

이를테면, 몸속에 0.1g의 방사성 탄소를 유지하고 있는 동물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동물의 오래된 유골을 발굴하여 방사성 탄소의 양을 측정한 결과가 0.05g이었다면, 그 동물은 5730년 전에 살았으며, 만약 0.025g밖에 없다면 4분의 1로 줄었기 때문에 1만1460년 전의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공식이 필요하다. 이 공식을 세우기 위해선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미분이 필요한데, 지면 관계상 미분에 관한 복잡하고 난해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어쨌든, 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세워진다.

만일 어떤 유기체에 들어 있는 방사성원소의 초기 질량이 <----식1---->

이고 시간(t)이 지난 후 그 유기체에 남아 있는 방사성원소의 질량을 m이라 하면, 미분을 이용하여 방사성원소의 붕괴율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붕괴율 <---식2---->은 각 방사성원소와 관련된 상수 k임이 실험적으로 밝혀져 있다. 결국 남아 있는 방사성원소의 질량을 시간에 관한 함수로 생각하여 풀면 <---식3--->를 얻는데, 여기서 e는 자연대수로 약 2.718이다. 이 식으로부터 시간 t를 구하여 유물이나 유적 또는 유기체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5000년 동안 지속된 연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첫 출발이 수학이므로, 후대까지 여러분의 사랑을 남기길 원한다면 수학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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