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부동산대책’ 후 한 달…강남 재건축 저무나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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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던가. ‘1·1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이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해 온 서울 강남권의 ‘블루칩’ 아파트가 된서리를 맞고 있어 가격이 어느 선까지 떨어질지 관심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강북권 집값은 상승률만 둔화됐을 뿐 아직까지 1·11 대책 이전 수준에 머물러 이대로 시세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남 ‘급전직하’… 쏟아지는 급매물

11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1·11 대책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0.18% 오르는 데 그쳤다. 직전 한 달간 0.9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31%) 강남구(―0.22%) 강동구(―0.19%) 서초구(―0.07%) 등 ‘강남 빅4’ 지역의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범(汎)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경기 과천시(―0.6%)도 집값이 많이 빠졌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만 놓고 보면 집값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송파구(―1.6%) 강동구(―0.92%) 강남구(―0.84%) 서초구(―0.15%) 순으로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가 많이 내렸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6평형은 16억 원에 나오던 매물이 최근 14억1000만∼14억2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종각부동산 관계자는 “사겠다는 문의는 완전히 끊겼는데 매물은 40개 정도 쌓여 있다”며 “집을 팔아 달라는 사람이 많아 값이 더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마찬가지. 개포동 베스트공인 측은 “지난주에도 2000만 원가량 값이 내렸다”며 “시세보다 5000만 원 싸게 내놓은 급매물도 있지만 거래가 안 된다”고 전했다.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공인 한익동 사장은 “쌍용1·2차나 우성아파트의 경우 매수 문의는 끊겼지만 매물도 별로 없어 값이 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대출규제 때문이지만 △광역학군제 추진 △내신비중 상향 조정 등 입시환경이 바뀐 점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학군 수요’로 집값이 뛴 양천구 목동 아파트 값도 최근 1억 원 이상 떨어졌다.



○강북 ‘요지부동’… 변함없는 실수요

서울 강북지역은 아직까지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집값이 떨어진 곳을 찾기가 어렵다. 도봉구 성북구 노원구 등 대부분 지역에서 최근 한 달 동안 0.5∼1% 상승률을 보였다.

노원구 중계동 부동산테크공인 관계자는 “경남아너스빌 33평형이 3억5000만∼3억7000만 원 선인데 작년에 오른 값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설 이후 이사철이 시작되면 오히려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는 값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지만 매도자는 현재 호가(呼價)를 요구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봉구 방학동 우성공인 이종선 사장은 “급매물은 전혀 없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가끔 이뤄진다”며 “일부 집주인은 값을 더 올려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북권 집값이 요지부동인 까닭은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뉴타운’ 등 개발 압력이 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작년보다는 덜하지만 전세 수요가 여전히 많은 데다 집주인들도 대부분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도 일단 버텨 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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