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불법체류 외국인도 노조설립 가능”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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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 외국인도 실제로 고용돼 일을 하고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이므로 이들의 노조 설립 신청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부장판사 김수형)는 1일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가 “노조 설립 신청서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노조 측에 승소 판결했다.

외국인 근로자 91명으로 이뤄진 국내 첫 외국인 노조인 이 노조에는 불법 체류자가 여러 명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법원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할지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규정은 불법 체류 외국인의 고용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이뤄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며 “이 규정이 이들의 근로자 단체 결성을 금지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동청은 노조원의 적법한 체류자격을 심사할 권한이 없는데도 심사를 위해 법에 없는 조합원 명부 제출을 요구했다”며 “노조 측이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은 2005년 5월 이주노동자노조가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자 ‘사업 또는 사업장별 명칭’, ‘대표자의 성명’ ‘조합원 명부’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가 조합원 명부 등을 보완해 제출하지 않자 노동청은 이를 근거로 “불법 체류 외국인을 구성원으로 한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며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1심 판결은 이 같은 노동청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에 앞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즉각 “국가가 불법행위자의 노동자 권리까지 보장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출입국 관리법의 목적을 무자격 취업자의 고용 금지로 해석했다. 이 법이 ‘현실적으로’ 근로 중인 무자격 취업자의 근로자 단체 결성까지 막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불법체류자의 취업이나 고용 자체가 범법 행위이므로 합법적인 근로자 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견해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들이 현실적으로 단결, 단체교섭, 단체행동 등 노동3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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